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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권을 사이에 둔 법과 예술의 포옹

등록 2010-03-19 19:58

〈예술, 법을 만나다〉
〈예술, 법을 만나다〉




〈예술, 법을 만나다〉

법과 예술의 불화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길고 질기다. ‘오이디푸스 왕’부터 ‘수용소 군도’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법의 이름으로 탄압 받는다. 이를 두고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는 “법이란 거대한 파리는 뚫고 지나가나 작은 파리는 걸리는 거미줄”이라 조롱했고, 셰익스피어는 그 혐오감이 “법률가는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예술, 법을 만나다>의 지은이는 그런 법과 예술을 화해시키겠단다. ‘진보적이자 르네상스적인’ 법학자 박홍규 교수이기에 가능하지 싶다. “법과 예술의 사회적 의미와 책임을 짚어보고, 법을 예술과 조화시켜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란다. 가교는 바로 인권이다. 예술과 법을 관통하는 공통 가치가 ‘인권’인 건 당연하다. <쇼생크 탈출> <필라델피아> 같은 영화가 죽은 법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내용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의 의도는 더 깊은 곳에 있다. 특정인과 특정 계층에 독점된 ‘법과 정의’를 시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정의’는 신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하방’했는데도 여전히 정치가와 법률가의 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법의 민주화’를 주창해 온 지은이는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외연과 내포’를 확장하려 한다. 예술은 시민의 인권감수성과 법률적 소양을 고양시키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당대 권력의 부당함에 대항해 쓴 위대한 작품, 작가가 드물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예술이 법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복한 만남’을 할 수 있을지. 박홍규 지음/이다미디어·1만8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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