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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장만능 시대에 고하는 ‘자유 시민’의 역사

등록 2010-03-26 19:27수정 2010-03-29 10:19

〈공화국을 위하여〉
〈공화국을 위하여〉
“시민 연대 구현될 때 이상적 공화국”
공동체 기반 허문 근대 자유론 비판




〈공화국을 위하여〉
조승래 지음/길·2만2000원

서양사학자 조승래(사진) 청주대 교수가 쓴 <공화국을 위하여-공화주의의 형성과정과 핵심사상>은 근년 들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공화주의 사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살핀 저작이다. 지은이는 18세기 공화주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5년 이상 공화주의를 집중 연구한 이 분야 전문 연구자다. 이 책은 ‘공화주의냐 자유주의냐’의 이분법적 구도 위에서 공화주의 담론의 형성과 변천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공화주의 담론이 재등장해 주목받게 된 과정을 자유주의 담론을 카운터파트로 삼아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대 이탈리아 역사가 프랑코 벤투리의 발언을 표제어처럼 제시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인간이 공화국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특정한 정치체제 아래 산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방식을 살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공화국은 단순한 정치체제 이상이며 공화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역할을 본질적 요소로 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공화국(republic)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로마의 정치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라고 이 책은 전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독재로, 제정으로 치달을 때 여기에 맞서 자신의 나라 로마를 ‘공공의 것’(res publica)이라고 정의한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국가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다수 인민의 것이라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서양사학자 조승래(사진) 청주대 교수
서양사학자 조승래(사진) 청주대 교수

키케로는 이 공화국 사상을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서 하이몬은 “한 사람이 지배하는 곳은 폴리스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는데, 바로 이 문장에 공화국 사상이 담겨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을 ‘폴리스적 동물’이라고 규정한 뒤, 그 폴리스를 “지배하는 자가 지배받고 지배받는 자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했는데, 공화국은 이렇게 시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지배에 참여하는 공동의 국가에서 기원한다. 요약하면, 공화국이란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참여와 공동의 결정으로 법을 만들어 통치하는 나라다. “따라서 공화국은 자신의 일보다 공동의 일을 더 우선시하는 인간들을 구성원으로 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사회적 연대가 곧 공화국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 혹은 공민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런 정신이 구현된 나라가 이상적 공화국이고, 공화주의는 이런 공화국을 지향하는 신념 또는 담론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화주의 논리는 자칫 개인의 사적인 자유를 무시하고 공적인 참여만을 긍정하는 논리로 극단화될 수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공화주의 담론은 사적인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담론과 번번이 충돌하게 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로마 공화정 몰락 이후 공화주의 담론이 부활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덕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나는 이 도시(피렌체 공화국)를 내 영혼보다 더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공화주의 정신에 투철했는데, 근대의 공화주의 이론은 거의 모두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 사상에서 흘러나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7세기 영국의 의회파 지식인들이 공화주의적 신념으로 무장하고서 전제 왕정을 타도했고, 18세기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도 공화주의 정신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러나 공화주의는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가 잦아들고 자본주의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빛을 잃어갔다.” ‘공화주의적 자유’는 시대착오적 개념으로 치부되고, 대신 소극적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자유가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공화주의적 자유’와 ‘자유주의적 자유’가 뚜렷이 구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화주의적 자유가 공동의 참여와 공동의 지배를 뜻한다면, 자유주의적 자유는 ‘간섭의 배제’를 핵심으로 한다. 19세기 이후 이 ‘자유주의적 자유’가 세력을 키웠으며, 특히 20세기 전반기에 ‘전체주의’를 겪은 뒤 이 자유주의적 자유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이 자유주의적 자유론의 20세기 대표자로 이사야 벌린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두 사람을 지목한다. 벌린과 하이에크는 공화주의적인 적극적 자유가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리는 20세기 후반 헤게모니를 장악한 신자유주의의 논리적 지주가 된다. 그러나 벌린과 하이에크의 논리에는 결정적 함정이 있다. “(벌린과 함께) 하이에크는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한 나머지 인간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마저 허무는 우를 범했다.”


이런 어리석음에 맞서 공화주의적 자유론을 새롭게 제시한 사람으로 지은이는 역사학자 틴 스키너와 철학자 필립 페티트를 거론한다. 이들은 경고한다. “자유주의적 자유론이 인간의 공민적 의무는 도외시하고 사적 영역의 확보를 위한 권리 추구만을 자유라고 정당화한다면, 인간들은 그런 권리마저 상실할 수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요구하는 ‘개인의 소극적 자유’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공화주의적 덕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오늘날 공화주의자들의 핵심 관심사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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