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잠깐독서 /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나는 이렇게 울고 있는데/ 너는 어찌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니/ 엊그제 같았던 그날 아침/ 잘 다녀오마고 잘 다녀오마고/ 손 흔들며 집을 나섰던/ 너는 왜 소식이 없니…(이하 생략) 한 편의 시 같은 이 글은 노랫말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 너무 빨리 잔해를 폐기처분해 실종된 딸의 흔적을 쓰레기장에서 찾아 헤매던 한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가수 이지상씨는 이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슬픔과 딸의 고통이 느껴져 무대에선 한번도 이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 20년간 위로와 희망의 노래를 불러온 이지상씨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아 책을 펴냈다. 고단한 이들을 위로하는 ‘소주 첫 잔의 전율’ 같은 노래를 부르고자 했던 지은이가 그동안 묵묵히 걸어온 길을 담담히 들려준다. 사회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아프고 약한 곳이라고 말하는 지은이에게 지난해 벌어진 용산 참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극이다. 망루에서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불꽃으로 사라진 철거민의 삶은 10년 전 신림동 난곡 언덕에서 철거반 포클레인을 향해 “나를 밟고 지나가라” 절규했던 세입자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가파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은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 비도 그칠 겁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비는 그쳤으니까요.” 이지상 지음/삼인·1만20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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