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강의〉
철학자 강유원 강의내용 모아
동서양 고전 12편 ‘고갱이’ 추적
세상을 읽는 ‘감식안’ 길잡이
동서양 고전 12편 ‘고갱이’ 추적
세상을 읽는 ‘감식안’ 길잡이
〈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지음/라티오·2만7000원 <인문 고전 강의>는 철학 연구자 강유원씨의 고전 강의 묶음이다. 인문공부 인터넷 사이트(allestelle.net)의 운영자이기도 한 지은이는 이 사이트를 거점으로 삼아 인문학 분야를 두루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일반인 대상 교양 강의도 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일주일에 한 번씩 40주 동안 서울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서 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동서양 고전 12편을 함께 읽고 그 핵심을 찾아내 곱씹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양이라고는 하지만 서양 고전이 11편을 차지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단테의 서사시 <신곡>, 이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존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고전 <논어>를 공부함으로써 이 강의를 마무리한다. 지은이는 고전이란 우리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런 고전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하게 되었을 때,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인문학적 교양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문학적 교양인은 “상황에 따라 올바른 것을 감지할 수 있는 힘, 구체와 추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 역사적 맥락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 언어 표현의 미묘함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 가운데 지은이가 텍스트로 삼은 <안티고네>는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이 맞붙어 겨루는 드라마다. 근친상간과 부친 살해의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안 오이디푸스 왕이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테베 왕국을 떠난 뒤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국을 놓고 다투다 둘 다 전사한다. 이들의 외삼촌이자 왕국의 새 왕이 된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성대히 거행한 반면에, 왕국을 공격한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은 새떼의 밥이 되도록 방치한다. 또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도록 국법으로 금지한다. 바로 이때 여동생 안티고네가 등장해 오빠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선다. 크레온의 국법과 안티고네의 천륜이 대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안티고네의 여동생 이스메네가 언니에게 말한다. “우리는 명심해야 해요. 우리는 여자들이며 남자들과 싸우도록 태어나지 않았어요.” 이 구절은 흔히 페미니즘 연구에서 비판적 논평의 대상이 되는 구절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 구절의 남/여 대립을 생물학적 성의 대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여자는 가족, 가정(오이코스), 사적인 것을 가리키고, 남자는 폴리스, 정치공동체, 공적인 것을 가리킨다.” 공적인 일에는 남자 시민들만 참여하고, 여자들은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머물러 있었던 그 시대 아테네 상황을 염두에 두면, 이 문장의 의미가 쉽게 온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런 국면에서 안티고네가 천륜의 이름으로 크레온의 국법을 부정하고 나서는 것이다. “근대인의 관점에서는 크레온의 말이 이해하기 쉽고 안테고네는 생떼를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시대 사람들은 안티고네의 주장에 더 동조했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이어 지은이 자신은 안티고네 입장에 동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안티고네는 국법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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