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잠깐독서 / 〈랩소디 인 베를린〉 소설 <랩소디 인 베를린>에 붙인 ‘작가 후기’에서 구효서는 윤이상과 서경식 두 분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각기 독일과 일본을 근거지로 삼아 살았거나 살고 있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윤이상은 그 자신이, 서경식은 두 형이 한국의 공안기관에 붙잡혀 간첩 혐의로 고문을 받고 오랜 영어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정치적 이유에 의해 본의 아니게 조국을 떠나 있어야 했던 디아스포라(이산)의 직간접 경험을 그들은 공유하고 있다. <랩소디 인 베를린>의 주인공인 김상호는 여러모로 윤이상을 떠오르게 한다. 북한을 방문한 일 때문에 조국에서 17년 동안 옥살이를 한 끝에 결국 독일에서 숨을 거둔 음악가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일본 이름 야마가와 겐타로인 재일동포이자 독일 이름 토마스로 불리기도 한 그는 또한 서경식의 두 형 서승·서준식을 모델로 삼았다고 할 수도 있다. 소설은 김상호의 첫사랑인 일본 여인 하나코가 그의 자살을 계기로 40년 만에 그의 자취를 좇아 독일을 방문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통역을 맡은 한국 유학생 이근호가 화자가 되어 소설을 끌어간다. 태생지인 일본에도, 여권의 발행처인 조국 대한민국에도, 생의 후반부를 보낸 독일에도 끝내 안주할 수 없었던 김상호. 작가는 그의 기구한 생애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의 후손인 18세기 독일 작곡가 아이블링거의 신산했던 삶을 포개 놓는다. 구효서 지음/뿔·1만4000원.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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