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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찬란하고 고독했던 ‘이미륵’의 삶

등록 2010-04-30 21:21

 〈이미륵 평전〉
〈이미륵 평전〉
잠깐독서




〈이미륵 평전〉

이미륵, 이름은 낯익지만 존재는 낯설다. 그는 한국보다 독일에서 더 기억되고 평가받은 인물이다. 그것도 반세기 넘어 전에. 독일인보다 더 아름답고 간결한 독일어 문체를 구사했고, 망명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인간적 따스함과 자존감을 잃지 않은 작가다. 1946년 그가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출간했을 때 독일 언론은 “올해 독일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미륵 평전>은 일제 강점기에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찬란한 지성과 순수예술을 꽃피웠던 한국인 이의경(본명)의 생애와 그의 작품, 그리고 철학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일 유학 중 우연히 이미륵의 흔적을 만난 지은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땅에 남겨진 한 고독한 이방인의 발자취를 좇았다. 황해도 해주 ‘천석지기’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3·1 학생만세 운동의 주동자로 일본 경찰에 쫓겨 상하이로 건너간 뒤 거기서 임시정부 활동을 돕다 결국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한마디 독일어도 알지 못했던 그는 켈러의 소설 <푸른 하인리히>를 완독해 독학으로 언어를 배웠다. 의학도의 꿈을 접고 동물학 박사가 됐고, 문인으로서, 한국학과 동양철학 교수로 짧은 51년을 살다 간 그의 진정한 매력은 휴머니즘이었다고 지은이는 전한다. 청년 시절 이미륵과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 주한 독일대사관의 문정관이 된 발터 라이퍼는 그를 잊지 못해 독일에서 ‘이미륵협회’를 만들고 죽는 순간까지 찬양했다. 책에 담긴 그의 사진은 검은 테 안경의 사려 깊은 눈매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육중한 지적 자태가 넘쳐난다. 정규화·박균 지음/범우사·1만5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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