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누구에게나 어린 날 도깨비 이야기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혹부리 영감’을 읽으면서 ‘과욕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얻었고 ‘뚝딱’ 한 방이면 뭐든 내오는 도깨비방망이의 환상에 사로잡혔다. 한국민속학자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가 쓴 <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은 도깨비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도깨비 이야기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네 문화를 파헤친다. 지은이는 꼭지마다 한두 편의 도깨비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도깨비 이야기가 있었다니…. 착한 도깨비, 심술꾸러기 도깨비, 여자 도깨비, 남자 도깨비. 줄거리도 가지각색이다. 사람에게 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이유 없이 괴롭히기도 하며 권선징악 시나리오의 ‘맞춤형’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지은이는 이런 도깨비를 억눌렸던 우리네의 욕망이 분출된 존재, 자유와 해방이라고 규정한다. 도깨비 이야기의 전성기는 조선시대다. 삼강오륜에 짓눌려 있던 민초들의 마음속에 만들어진 도깨비는 한밤에 걸판진 술판을 벌이고 춤추고 노래하며 방정과 장난을 맘껏 피운다. 도깨비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도깨비의 조상도 등장한다. 죽은 신라의 사륜왕과 그가 생전 탐하고자 했던 복사꽃아씨 사이에서 태어난 반 귀신 반 사람 비형이 주인공이다. 지은이는 도깨비를 통해 권력, 돈, 여색에 약한 ‘사내 근성’, 남존여비사상이 지배했던 사회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어떻게 투영됐는지 보여준다. 책 후반부에는 도깨비와 에로스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한국 사회의 성문화도 조명한다. 김열규 지음/사계절·1만2800원.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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