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불편한 진실〉
〈그녀의 불편한 진실〉 누군가에겐 내뱉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단어가 있다. 성폭력, 강간이 그렇다. 피해자 대부분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며 공포나 두려움이 엄습해와도, 때론 악몽이나 불면증에 시달려도 침묵 속에서 외롭게 고통과 싸울 뿐이다.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애쓰면서. 그런 상처를 용기 있게 고백한 여성들이 있다. <그녀의 불편한 진실>은 ‘강간 피해 생존 경험 드러내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강간 피해자들을 돕는 지침서다. 지은이 테레사 라우어는 “피해자들이 부닥치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사실 그도 20여년 전 동네에서 온몸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끔찍한 강간을 겪은 피해자다. 예기치 않은 임신과 사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의 유산 등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책의 1부에는 그가 심리상담가와 나눈 50여 차례의 상담 내용이 일기체로 쓰여 있다. 지은이는 그 뒤 상담심리학을 공부해, 지금은 개인 누리집(raperecovery.com)을 운영한다. 2부는 ‘데이트 강간도 진짜 강간인가요?’ ‘어떻게 다시 성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등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 모음이다. 3부에서는 한국에서 도움이 될 만한 책과 영상, 성폭력 관련 기관들이 소개된다. 이 책을 번역한 강영씨도 조각, 노래 등을 통해 어린 시절 겪은 강간의 기억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피해 여성이다. 강씨는 “피해자의 무기력함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아서” ‘raped’를 ‘강간을 당하다’가 아니라 ‘강간을 겪다’로 번역했다. /또하나의문화·1만6000원.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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