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잠깐독서 /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고양이 카프카네 가족은 모두 다섯이다. 언제나 두건을 쓰고, 또래에 비해 철이 덜 든 만화가 이우일씨. 그의 아내이자 집안일과 남편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해야 하는 동화작가 선현경씨. 이들 부부의 딸이자 ‘아빠보다 고양이가 우선’인 초등학생 은서. 그리고 누워서 트위스트 하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 ‘비비’와, 이 책의 내레이터이자 털에 가끔 ‘응가’를 붙이고 다니는 고양이 카프카. 이 집 부부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한다. 텔레비전도 없다.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닌다. 부부와 사랑스런 딸과 두 마리 고양이는, 그래서 다른 가족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저녁 내 각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는 ‘조용한 가족’이 아니다. 그러니, 이 수다스러운 만화가 아저씨가 들려줄 가족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그동안 <도날드 닭> <노빈손 시리즈> 등 재치 있는 만화를 그려온 그답게, 이번엔 고양이의 입을 빌려 자신과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했다. 고양이의 짧은 독백이 등장하고, 이를 다시 만화로 그려 책을 엮었다. 고양이 카프카의 독백은 시니컬하다. 시종일관 ‘썩소’를 지으며 ‘좋게 말하면 인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주 부조리한 짐승’인 우일씨를 비웃는다. “오래된 물건 하나 못 버리면서 집착을 버리라니….” “가만히 누워 마구 부려먹으면서 진정한 가족이란다.” 아마 이 땅의 많은 젊은 아빠들이 이 요사스러운 눈을 가진 고양이의 독설에 움찔할지 모른다. 아 참, 그리고 역시나 글보다, 만화가 훨씬 재밌고 유쾌하다. 카프카 글·이우일 그림/웅진지식하우스·1만3000원.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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