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바다〉
잠깐독서 /
〈인디언의 바다〉
시애틀에서 알래스카 연안까지 아메리카대륙 서해안에 사는 북서태평양 원주민은 우리에게 장승처럼 생긴 ‘토템폴’로 기억되는 인디언이다. 세계 최대 온대우림 지역에서 그들은 나무를 깎고 카누를 타고 살았다. 특히 돌과 나무, 뼈를 이용한 전통 고기잡이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미세하지만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콰기틀족은 갈퀴로 빗자루질을 하듯, 청어를 쓸어담았다. 청어떼가 다니는 물속에 갈퀴를 넣어 한번 훑기만 하면 갈퀴에 달린 수십개의 바늘에 10~12마리가 찔려 잡혀 나왔다. 긴 장대에 나무로 만든 대구 모양의 유인 미끼를 달아 떨어뜨리면 호기심에 사로잡힌 물고기는 ‘가짜 대구’를 따라 올라오다 잡혔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만에 말굽형으로 돌담을 쌓고 물고기들이 썰물이 되면 담에 막혀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어법은 우리네 돌살과 비슷하다.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은이 힐러리 스튜어트는 북서태평양 원주민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다. 그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는 한평생 원주민을 만나 구술을 받고 이들의 생활사를 펜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만약 사진이었다면 책 보는 맛이 덜했을 것이다. 식물도감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처럼, ‘원주민 낚시도감’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은 인디언 전통어법에 담긴 친환경적인 철학을 느끼게 해준다. 고래에 이어 참치의 멸종까지 운위되는 남획의 시대에 인디언 고기잡이는 우리가 품어야 할 ‘오래된 미래’인지 모른다. “우리의 전통 어로기술인 돌살을 찾다가 태평양까지 나아간” 민속학자 주강현 박사가 번역했다. /블루앤노트·2만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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