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 망태 부리붕태〉
잠깐독서 /
〈성태 망태 부리붕태〉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난다. 맛깔나는 사투리로 어릴 적 이야기를 빚어낸 솜씨 덕분이다. 지은이는 ‘작가란 모름지기 세상 이야기를 주워 얻을 뿐’이라며 짐짓 겸손해하지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걸쭉한 입담은 ‘김유정과 채만식, 이문구의 문체를 이어받은 후예’(문학평론가 고영직)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지금은 우주센터가 세워진 고향 전남 고흥에서의 유년시절은 1969년생 동년배 누구도 경험 못해봄 직한, 그만의 문학적인 자산이다. 소설가 전성태의 첫 산문집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동네 할아버지가 어릴 때 지어준 별명으로 제목을 정한 것부터가 개구지다. 동네 조무래기들은 머리가 허옇게 센 할아버지에게 개똥에 지네, 돼지쓸개까지 집어넣어 끓인 ‘불로장생약’을 먹인다. “긍게 이걸 묵으믄 밍줄을 못 놓는다 이거제? 오마, 신통방통한 약일세”라는 어르신의 반응엔 슬며시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집 뒤꼍 언덕에 호미로 토굴을 팠다가 장마철에 붉은 흙더미가 집 마당에 들이닥치는가 하면, 젯밥을 얻어먹기 위해 나무에 오르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배꼽을 잡게 하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들뿐 아니라, 쌉싸래한 맛도 담겨 있다. 어린 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다니느라 아홉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은 가슴 아련한 기억이다. 소풍에 갈비찜을 도시락으로 상납한 부잣집 아이가 반장인 자기를 빼고 담임선생님하고 작당을 할까봐 화장실 가는 걸 참다가 기어코 바지에 똥을 싼 이야기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래도 그 담임선생님이 적어준 쪽지에 있는 시를 그대로 옮겨 적어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덕분에, 그는 ‘문학 쪽에 스카우트’될 수 있었다. /좋은생각·1만2800원.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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