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섬 아그리젠토의 콘코르디아 신전. <한겨레> 자료사진
파리에 질린 눈 씻은 시칠리아
흥미롭고 이국적 ‘볼가 칼미크’…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
흥미롭고 이국적 ‘볼가 칼미크’…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
〈모파상의 시칠리아〉 기 드 모파상 지음·어순아 옮김/그린비·3300원
〈뒤마의 볼가 강〉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김경란 옮김/그린비·3300원
“나는 파리를 떠나고 프랑스도 떠났다. 에펠 탑은 나를 못 견디도록 권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도처에서 에펠 탑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에펠 탑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100돌 기념 조형물인 에펠 탑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 1년 뒤에 쓴 책 <방랑 생활>(1890)에서 기 드 모파상(1850~1893)은 이렇게 밝혔다. 에펠 탑으로 상징되는 모더니티(현대성)에 대한 염증에 떠밀려, 아울러 지병인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모파상은 1889년 자신의 요트 ‘벨 아미’호를 타고 지중해 여행을 떠난다. <모파상의 시칠리아>는 <방랑 생활> 가운데 시칠리아 여행 부분만을 골라 옮긴 책이다.
조국 프랑스와 그 수도 파리에 실망한 모파상은 고대 그리스·로마는 물론 아라비아와 노르만, 이집트 등 다양한 민족들의 ‘침입’ 덕분에 오히려 독특한 양식을 지니게 된 시칠리아 예술에 대한 감탄과 숭배를 책 곳곳에서 털어놓는다. 노르만인들이 세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고 훌륭한 종교적 건축물인 팔라티나 성당”, 주검을 잘 분해하는 땅의 속성 덕분에 이상한 옷을 입은 미라들로 가득 찬 ‘카푸친 작은형제회 수도원의 지하 묘지’, 조망이 뛰어난 자리에 세워진 그리스 극장과 신전들,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졌던 것처럼 커다란 산 위에 걸려 있는” 타오르미나의 마을 풍경 등이 모파상의 눈을 씻어 준다.
그러나 이런 인공 조형물들 못지않게, 아니 그것들 모두 위에서 “엄청나고 괴물 같은 무게로 섬을 짓누르는 에트나 화산”이야말로 그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해발 3320미터의 에트나 화산은 산 정상이 눈에 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은색 모자를 쓴 것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눈구덩이 벌판과 용암 벌판을 몇 시간 동안 걷고 유황 섞인 수증기를 맡아 가며 미끄러운 절벽을 기어올라가서야 보게 되는 분화구는 “신비스럽고 공포스러운 불의 나라”를 감추고 있는 “무시무시한 심연”이다.
모파상의 시칠리아 여행의 마지막은 시라쿠사의 비너스에 할애된다. 머리와 팔 한쪽이 떨어져나가고 없는 이 대리석 토르소는 살아 있는 여인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요구하고, 손길을 유인하며, 희고 둥글며 탄력적이고, 감탄스러운 육체의, 포옹 안에서 유연하고 관능적인 육체의 사실적 촉감으로 입맞춤한다.”
<뒤마의 볼가 강>은 <삼총사> <철가면> 등을 쓴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가 1858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아홉 달 동안 러시아를 여행하고서 쓴 <러시아 기행> 중 ‘파리에서 아스트라한까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칭기즈칸의 후예로서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불교를 믿는 종족인 칼미크족 국왕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유목 생활과 결혼 풍습, 축제, 매사냥과 씨름 경기 등을 관찰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서로를 양팔로 안고 코를 비비는 인사법, 야성의 소리를 내지르며 말을 타고 달리는 궁녀들, 멜로디와 리듬을 무시하고 온 힘을 다해 악기를 때리거나 불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악사들, 잘게 썬 말 안심에 양파와 소금, 후추 양념을 해서 먹는 전채 요리,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천막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칼미크 식 이사 등을 목격하면서 뒤마는 외친다. “나는 여행자의 이상형을 드디어 만난 것이다!” 1만 마리의 말들이 3킬로미터 너비의 볼가 강을 헤엄쳐 건너는 장관은 칼미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모파상의 시칠리아>와 <뒤마의 볼가 강>은 출판사 그린비에서 펴낸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의 일부로 나왔다. <플로베르의 나일 강>(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재룡 옮김)을 제1권으로 삼아 1차분 아홉 권을 우선 펴낸 이 시리즈는 100쪽 안팎의 아담한 문고본 형태를 취했다. <쥘 베른의 갠지스 강>(쥘 베른 지음, 이가야 옮김) <잭 런던의 클론다이크 강>(잭 런던 지음, 남경태 옮김) <뮈세의 베네치아>(알프레드 드 뮈세 지음, 이찬규·이주현 옮김) <에드몽 아부의 오리엔트 특급>(에드몽 아부 지음, 박아르마 옮김) <폴 아당의 리우데자네이루>(폴 아당 지음, 이승신 옮김) <라울 파방의 제1회 아테네 올림픽>(라울 파방 지음, 이종민 옮김)이 함께 나왔으며, <라마르틴의 예수살렘> <테오필 고티에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베르 토마의 시베리아 횡단 특급> 등 2차분이 올해 안에 더 나올 예정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뒤마의 볼가 강〉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김경란 옮김/그린비·3300원
〈모파상의 시칠리아〉, 〈뒤마의 볼가 강〉.
<모파상의 시칠리아>와 <뒤마의 볼가 강>은 출판사 그린비에서 펴낸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의 일부로 나왔다. <플로베르의 나일 강>(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재룡 옮김)을 제1권으로 삼아 1차분 아홉 권을 우선 펴낸 이 시리즈는 100쪽 안팎의 아담한 문고본 형태를 취했다. <쥘 베른의 갠지스 강>(쥘 베른 지음, 이가야 옮김) <잭 런던의 클론다이크 강>(잭 런던 지음, 남경태 옮김) <뮈세의 베네치아>(알프레드 드 뮈세 지음, 이찬규·이주현 옮김) <에드몽 아부의 오리엔트 특급>(에드몽 아부 지음, 박아르마 옮김) <폴 아당의 리우데자네이루>(폴 아당 지음, 이승신 옮김) <라울 파방의 제1회 아테네 올림픽>(라울 파방 지음, 이종민 옮김)이 함께 나왔으며, <라마르틴의 예수살렘> <테오필 고티에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베르 토마의 시베리아 횡단 특급> 등 2차분이 올해 안에 더 나올 예정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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