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과 선귤당과의 대화〉
잠깐독서
〈연암과 선귤당과의 대화〉
<종북소선>은 선귤당 이덕무가 스승이자 벗이었던 연암 박지원의 산문 10편을 뽑아 비평한 책이다. 애초 이 책은 박지원이 스스로 뽑아 엮은 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연암과 선귤당과의 대화>를 쓴 국문학자 박희병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이 조선 최고의 산문비평가였던 이덕무의 것이고 비평사와 정신문화사적으로도 ‘대단히’ 주목해야 할 ‘문제적 저작’이라 강조한다. <연암과 선귤당과의 대화>는 <종북소선>에 대한 연구서로, 그 책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증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지은이는 이 책의 외관이 아름다운데다, 글에 붙인 기호와 글자의 어울림이 시각과 의미 양면으로 어떤 질서를 구현하고 있다 설명한다. 그러나 진가는 텍스트에서 나타난다. 지은이는 이덕무와 박지원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심미적·정서적 작용을 눈여겨보라 이른다. 박지원의 유려한 문장에 붙인 이덕무의 사려 깊은 비평은 조선시대 미학적 정조와 감수성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덕무가 지닌 ‘타자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다. 유교적 선비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위계적 이미지와 상반되게 이덕무는 연민, 고통에 대한 감수성,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장애를 여러 글에서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다. 서얼 출신으로 태어나 천지만물에 애달픔을 느낄 줄 알았던 그의 ‘눈물’은 재단에 능한 뭇 비평가들이 담지할 수 없었던 타자와의 공명과 철학적 체험에 바탕 한 것은 아니었을까. 30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재평가를 기다려왔을 이 책은 드디어 눈밝은 비평가를 만나 제 옷을 찾아 입었다. 박희병 지음/돌베개·1만7000원.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