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복(50)씨
‘광주’ 화보·‘열사’ 육필 유인물 등 현장문건 400여점 담아
“훼손될까 애지중지…현정부 행태도 책으로 고발할 것”
“훼손될까 애지중지…현정부 행태도 책으로 고발할 것”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유인물집’ 펴낸 강신복씨
귀한 자료집이 한 권 나왔다. <6·10 민주항쟁 통일의 그날까지>(비매품).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유인물집’이란 부제대로 그 시절 투쟁 현장에서 나온 온갖 문건과 사진 기록들이 망라돼 있다.
A4 크기 1200쪽짜리의 책을 펼쳐드는 순간, “거저 된 것이 아니다”는 엮은이 강신복(50·사진)씨의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된 이래 혹독한 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학생,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피와 땀과 목숨을 내놓은 그 값진 희생 위에 오늘날 민주주의가 쟁취된 것이다.”
400종이 넘는 문건 중에는 광주항쟁 화보에서부터 박종철·이한열·이철규·조성만·김귀정·이석규씨 등 ‘열사’들의 육필 유인물, 등사기로 한장 한장 긁어 찍은 소식지, 학생들의 날선 외침들이 박제돼 있는 듯한 전국 대학들의 시위 선전·선언문, 노동자·철거민·노점상들의 절규와 정치 일선·감옥 속의 호소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비원과 절망과 진실이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
“척박한 땅, 한반도에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고자 했던 한 인간이 조국통일을 염원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로 시작해서 “조국분단 44년 오월”로 끝나는 가톨릭청년 조성만(서울대 화학과 4년)씨의 정갈한 육필 유서는 이른바 ‘386 세대’가 젊은날 목숨 걸고 투신한 가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나온 강씨는 1986년말 서울로 와 교사·보험사 직원·잡지사 사장·야당 일꾼 등을 전전하며 민주화 운동 일선에서 열심히 싸웠고 부지런히 현장 문건들을 모았다. “탑골공원·명동·종로·혜화동·구로동…, 검문검색을 피하려고 늘 양복을 입었다. 불법유인물을 줍기만해도 붙잡혀가고 두들겨맞고 심하면 구속, 기소되기도 하던 시절이어서. 유인물을 접어 양복 안 주머니에 넣어 숨겼다가 비닐 파일에 보관했다. 파일은 돈도 많이 들고 습기가 차면 유인물이 훼손되기도 해 나중에는 A3 용지 2장 사이에 차곡차곡 끼워 두었다. 이사다닐 때마다 손상될까봐 가장 신경쓰였다.”
그는 이리고 시절 시작한 신문스크랩까지 치면 30년 넘게 애지중지 수집해온 자료 가운데 350여점을 지난 3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에 기증했다.
책에는 기증자료까지 포함한 400여점을 복사하고 최대한 압축한 다음 애국열사·애국시민·민주화운동과 민주정부 수립·민주주의 민의수호-구로항쟁·통일한국21-민족통일운동·노동자의 삶-노동운동·국민 권리 찾기-시민운동 등 7개 분야로 분류해서 담았다.
단체·인물 색인도 붙였는데 1960년대부터 1997년까지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318명에 관한 분석은 사람을 착잡하게 만든다. 강씨는 노태우 정권 말기와 김영삼 정권 때 옥사 대신 병사가 급증한 것은 “전·노 군사정권 시절 당한 고문 후유증이나 탄압에 의한 울화병이 그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과정을 거쳐 쟁취되었음을 젊은이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 책의 학문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굴렁쇠 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강씨는 여전히 신문 스크랩을 계속하고 있다. 걸핏하면 무고한 시민들을 경찰과 검찰에 출두하게 해서 귀찮게 만들고 겁나게 만들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너무도 야비하게 야금야금 밀고 들어와 민주화 성과들을 망쳐놓고 있는 현정권의 행태를 고발하는 책”을 언젠가는 또 내놓기 위해서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단체·인물 색인도 붙였는데 1960년대부터 1997년까지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318명에 관한 분석은 사람을 착잡하게 만든다. 강씨는 노태우 정권 말기와 김영삼 정권 때 옥사 대신 병사가 급증한 것은 “전·노 군사정권 시절 당한 고문 후유증이나 탄압에 의한 울화병이 그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과정을 거쳐 쟁취되었음을 젊은이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 책의 학문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굴렁쇠 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강씨는 여전히 신문 스크랩을 계속하고 있다. 걸핏하면 무고한 시민들을 경찰과 검찰에 출두하게 해서 귀찮게 만들고 겁나게 만들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너무도 야비하게 야금야금 밀고 들어와 민주화 성과들을 망쳐놓고 있는 현정권의 행태를 고발하는 책”을 언젠가는 또 내놓기 위해서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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