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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그림이 아닌 척하는 그림’의 묘미

등록 2010-10-22 20:18

<눈속임 그림>
<눈속임 그림>
잠깐독서 /

<눈속임 그림>

통일신라 때 화가로 알려진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에 새들이 앉으려다 부딪혀 떨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서양에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총애를 받던 화가 아펠레스가 암말을 그렸더니 수말이 실제 올라타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의 그림이 남아 있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국내 언론들은 지난 5월 경남 양산시 서리마을 입구 도로벽에 그려진 낙동강 풍경화에 산까치들이 부딪혀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화가는 실물을 꼭 닮게 그리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에 구현하는 일, 그래서 보는 이들이 ‘감쪽같이’ 속게 하는 일이 한때는 서양미술의 최대 목표였다.

이 책은 ‘보는 사람들이 실제 사물로 착각하게 할 목적으로 그린 그림, 그래서 그림이면서도 그림이 아닌 척하려는 그림’을 지칭하는 트롱프뢰유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은 뻔한데,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이 트롱프뢰유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은이는 이를 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묘미로 설명한다. 착시를 일으킨 관객은 자신이 보는 게 실제가 아닌 그림이라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지만, 이를 알아차리고 감탄하는 그 짧은 순간에 트롱프뢰유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신이 사유하는 틀, 즉 각자의 프레임으로 세계를 바라봤던 관객은, 트롱프뢰유를 통해 자신의 프레임이 어쩌면 절대적인 게 아님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연식 지음/아트북스·1만5000원.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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