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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
임동원·백낙청 외 지음,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삼인·2만2000원. 길은 없었다. 50년도 더 된 녹슨 분단의 철책선만 높아져갔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보다 더 큰 벽이 쌓였다. 2000년 6월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6·15 공동선언을 낳기 전까지는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그에 대한 실천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10·4 선언을 만들기까지 그 길은 점차 넓어졌다.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두 대통령을 도와 그 길을 여는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고,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등이 그 길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백낙청 전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이승환 전 민화협 집행위원장, 정현곤 전 민화협 사무처장, 이종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소장, 정인성 원불교 중앙총부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등 시민사회활동가들이 그 길을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넓혀나갔다. 이들이 만들고 넓힌 길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은 철책선 너머의 삶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 민족이 함께 번영으로 가는 그 길이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점차 길이 막히고, 다시 철책과 마음의 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되는 남북의 주장은 남북의 거리를 더욱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우려도 높아졌지만, 정작 길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던 이들의 절망감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난해 9월 ‘한반도평화포럼’이라는 연구·실천 모임을 꾸렸다. ‘36인의 대북 전문가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는 이들이 자신들 목소리의 고갱이를 담아 펴낸 글 모음이다. 한반도 평화포럼의 설립 취지가 한반도의 위기를 막고 파탄에 이른 남북관계를 되돌려 다시금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게 하자는 점을 고려할 때,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에 실린 글들을 관통하는 핵심 열쇳말이 ‘햇볕’과 ‘포용’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총 4부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은 길을 만들고, 비전을 제시하고, 넓혀온 이야기들이 오롯이 실려 있다. 1부에서는 임동원 전 장관과 백낙청 전 대표 등이 어떻게 이전에 길을 만들었는지를 회고한다. 2부에서는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 현재 얽혀 있는 한반도 상황을 바로 보면서 평화의 길을 제시한다. 이들은 현재 시점을 이명박 정부의 압박과 봉쇄 정책이 실패로 드러나고, 다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다. 이어 3부는 남북문제 개선에 집중한다. 인도적 지원분야에서, 통일운동의 시각에서,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쟁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4부는 분단을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고민과 문화적 성찰을 담았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분단으로 막혔던 길을 열었던 사람들이 “다시 길을 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결의를 모아놓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이 지난 22일 한반도 평화포럼 한돌 기념식 및 후원식에 맞춰 발간됐다는 데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책을 읽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140여명의 회원들 상당수가 ‘전직’인 탓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반도평화포럼(www.koreapeace.co.kr) 활동에 후원회원 등으로 동참하는 것도 다시 한반도의 길을 찾는 데 작은 발걸음을 나누는 일일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임동원·백낙청 외 지음,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삼인·2만2000원. 길은 없었다. 50년도 더 된 녹슨 분단의 철책선만 높아져갔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보다 더 큰 벽이 쌓였다. 2000년 6월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6·15 공동선언을 낳기 전까지는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그에 대한 실천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10·4 선언을 만들기까지 그 길은 점차 넓어졌다.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두 대통령을 도와 그 길을 여는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고,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등이 그 길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백낙청 전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이승환 전 민화협 집행위원장, 정현곤 전 민화협 사무처장, 이종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소장, 정인성 원불교 중앙총부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등 시민사회활동가들이 그 길을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넓혀나갔다. 이들이 만들고 넓힌 길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은 철책선 너머의 삶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 민족이 함께 번영으로 가는 그 길이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점차 길이 막히고, 다시 철책과 마음의 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되는 남북의 주장은 남북의 거리를 더욱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우려도 높아졌지만, 정작 길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던 이들의 절망감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난해 9월 ‘한반도평화포럼’이라는 연구·실천 모임을 꾸렸다. ‘36인의 대북 전문가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는 이들이 자신들 목소리의 고갱이를 담아 펴낸 글 모음이다. 한반도 평화포럼의 설립 취지가 한반도의 위기를 막고 파탄에 이른 남북관계를 되돌려 다시금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게 하자는 점을 고려할 때,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에 실린 글들을 관통하는 핵심 열쇳말이 ‘햇볕’과 ‘포용’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총 4부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은 길을 만들고, 비전을 제시하고, 넓혀온 이야기들이 오롯이 실려 있다. 1부에서는 임동원 전 장관과 백낙청 전 대표 등이 어떻게 이전에 길을 만들었는지를 회고한다. 2부에서는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 현재 얽혀 있는 한반도 상황을 바로 보면서 평화의 길을 제시한다. 이들은 현재 시점을 이명박 정부의 압박과 봉쇄 정책이 실패로 드러나고, 다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다. 이어 3부는 남북문제 개선에 집중한다. 인도적 지원분야에서, 통일운동의 시각에서,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쟁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4부는 분단을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고민과 문화적 성찰을 담았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분단으로 막혔던 길을 열었던 사람들이 “다시 길을 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결의를 모아놓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이 지난 22일 한반도 평화포럼 한돌 기념식 및 후원식에 맞춰 발간됐다는 데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책을 읽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140여명의 회원들 상당수가 ‘전직’인 탓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반도평화포럼(www.koreapeace.co.kr) 활동에 후원회원 등으로 동참하는 것도 다시 한반도의 길을 찾는 데 작은 발걸음을 나누는 일일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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