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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위기의 지구 둘러싼 말 말 말…환경담론들의 계보학

등록 2005-06-23 16:48수정 2005-06-23 16:48

 지구환경정치학 담론<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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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정치학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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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말들의 친소관계를 나타내는 ‘말의 지도’가 있다면, ‘지구’ ‘환경’이란 말 주변에서 지난 20~30년 동안 무수히 싹을 틔우고 가지치기를 하며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많은 말들의 관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지구정상회의, 지구의 날, 환경정의, 녹색당, 지속가능 발전, 환경영향평가, 먼지경보, 새집증후군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고 ‘지구-정치학’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던 낱말들이 어울려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은 국내외 뉴스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의 화제가 됐다.

지구환경 지킴이들이 내거는 구호와 철학도 그만큼 다양화했다. 생존주의, 생물지역주의, 에코페미니즘, 심층생태론, 사회생태론, 녹색공동체주의, 녹색낭만주의, 에코 마르크스주의, 동물해방론, 생태적 기독교·불교 등등.

정치학자 존 드라이제크 교수(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가 쓴 <지구환경정치학 담론>(에코리브르 펴냄)은 환경의 위기 시대에 이렇게 쏟아지는 환경 관련 말 말 말들, 곧 담론들을 체계적으로 갈래를 잡아 분석한 환경정치학 입문서다. 여러 환경 담론들이 각자 어디쯤에 놓여 있으며 현실 정치·사회·경제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환경) 견해들의 지도”이자 ‘환경담론의 계보학’이기도 하다.

‘세계를 이해하는 공동의 언어 방식’인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우리시대의 환경논쟁을 점검하려는 그의 방식은 독특하다. 또 언어와 말하는 방식이 말하는 사람들의 사유 방식과 지향점을 특정한 시공간의 맥락과 결합해 드러내는 ‘창’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유효하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구촌에서 환경담론은 크게 성장하면서 일상의 말과 그 뜻도 변화했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대표 사례들을 보면, 습한 땅인 ‘늪’은 쓸모없는 땅이었으나 이제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해 ‘습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정복의 대상인 ‘개척지’와 ‘야생’는 ‘보전지역’으로 인식된다. ‘환경’은 1960년대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나 정책 결정에서 독립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중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분야가 됐다.

먼지경보 · 새집증후근 · 녹색당…
일상 구석구석에 뻗어나간
다양한 철학 · 구호들
네가지 영역으로 나눠
현실 정치 · 경제 맥락에서 분석


‘산업주의’ 벗어나기 위해 등장

특히 ‘지구’에 대한 인식 전환은 환경담론에서 매우 중요했다고 지은이는 평한다. 지구도 언젠가 인간의 삶을 지탱시킬 능력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유한한 지구”일 수 있다는 생각은 1960년대 처음으로 지구의 모습을 우주공간에서 촬영한 때와 겹쳐 널리 퍼졌으며 환경 논쟁을 본격 점화했다.

구석구석의 생활세계로 뻗어나가며 영역을 넓혀가는 환경담론들은 개발주의·산업주의와 극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실천방식과 삶의 태도를 둘러싸고 환경운동가 대 환경운동가의 논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다종다양한 생태적, 환경적 태도를 크게 네 가지 담론의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드라이제크 교수는 모든 환경담론이 결국에는 ‘산업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나름의 대응으로 출현했다고 말한다. 산업주의란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양적 증가, 그리고 그 성장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안녕을 위해 매진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그는, 산업주의에서 ‘어떻게’(창조적? 답습적?) ‘얼마나’(개혁적? 근본적?) 탈피하느냐에 따라 환경담론을 가른다.

정치경제적 현상을 받아들이되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공공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바라보는 ‘환경문제해결’ 담론. 1970년대 초 ‘로마클럽’처럼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지구가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이므로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생존주의’ 담론. 그리고 환경과 경제 가치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1980년대 이래 지금 널리 확산된 ‘지속가능한 발전’ 담론. 대안적 삶을 지향하며 산업사회의 기본구조를 거부하는 ‘녹색근본주의’ 담론이 그것들이다.

‘경계선 없는 민주주의’지향

책은 이 네 가지 담론의 변화와 논쟁, 차이들을 현실 정치·경제의 시공간에서 꼼꼼히 분석한다. 지구는 과연 한계를 맞을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생존주의의 한계 담론와 ‘영원한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는 ‘프로메테우스주의’ 담론의 논쟁, 환경문제 해결을 누구에게 맞길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행정적 합리주의(전문가에게 맡겨라), 민주적 실용주의(대중에게 맡겨라), 경제적 합리주의(시장에 맡겨라)의 담론경쟁이 다뤄지며, 환경과 경제는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를 두고 갈라지는 ‘지속가능 발전’과 ‘생태적 근대화’의 담론 차이, 세계를 구할 대안에 대해 ‘새로운 의식’을 주창하는 녹색낭만주의와 ‘새로운 정치’를 주창하는 녹색합리주의의 차이가 드러난다.

지은이의 지향점은 ‘생태적 민주주의’에 닿아 있다. 책 말미에서 “공통의 실마리”로서 그가 밝힌 그것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 진정한 소통”이며, 그 소통은 인간들의 소통을 넘어서서 “인간 외 세계”와 인간의 소통을 말한다. “(인간 외) 세계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거나 투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수꽝스럽게 보인다.…그러나 인간 외적 세계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수 있고, 또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도 그들의 소통에 조금이나마 정성껏 귀기울이도록 구성할 수 있다.” ‘경계선 없는 민주주의’는 새로운 지배담론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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