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품법 혁명
맛있는 식품법 혁명
바나나맛 우유 안에 바나나는 없다. 딸기맛 우유도 마찬가지다. 딸기나 바나나 맛을 내는 화학 첨가물이 들어 있을 뿐이다. 안전한 밥을 먹을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 닭에게도 안전한 먹거리는 언제나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올바른 식품체계가 필요하다. 식품체계를 규정짓는 식품법은 땅과 바다에서 생산된 식품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흐름과 관계를 결정한다. 하지만 식품법은 이런 상식을 배반한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은 배추 파동, 집단 식중독, 알콜올 중독 사회, 유전자 조작 식품의 배후로 식품법을 지목한다. 지은이는 발암 물질이 학교급식 식기세척제에 사용되는 것을 법이 허용한 사건을 목격했다. 이후 5년 동안 모두 124차례의 행정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정부 문서를 근거로 식품법 100년사를 되돌아보며 먹을거리를 둘러싼 국가와 법의 관계를 분석했다. 식품법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품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선인 비위생론’이 깊게 배어 있다. 그래서 한계도 많고 허점도 많다. 책은 유전자 조작 식품의 승인에 미국의 ‘손’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롯해 개고기와 반려동물 문제도 정면으로 다뤘다. 지은이 송기호씨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2008년 4월 미국 연방 관보에 공포한 ‘동물성 사료 금지조처’ 내용이 2005년 입법예고안보다 완화된 사실을 국내에 알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데 한몫을 했다. 송기호 지음/김영사·1만3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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