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바보가 아니다〉
〈알리는 바보가 아니다〉
안도현 지음·김준영 그림/계수나무·9500원 붉은점모시나비가 고향 풍산에서 발견됐다. 한달음에 달려간 ‘나’는 노인이 돼버린 허씨 아저씨에게서 알리의 죽음을 들었다. “바보 같이 살다 간 거야, 쯧쯧.” 먹을 것이 없어 술지게미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시절, ‘나’와 알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지저분한 외모에 어딘가 덜떨어진 표정을 짓고 다니던 ‘알리’. ‘바보 같은’ 알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선생님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알리는 벌레들이 발에 밟힐까 봐 땅을 보고 걷는 따뜻한 심성을 가졌다. 알리의 진짜 이름은 김판수다. 아버지 김씨가 판사가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사람들은 판수의 두툼한 입술을 보고 “썰면 한 접시는 되겠다”고 놀려대곤 했다. 판수는 얼굴 빛깔과 생김새가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쏙 빼닮았다. 초등학생인 알리와 ‘나’의 성장기를 그린 <알리는 바보가 아니다>는 1960년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장 귀한 반찬이었던 계란프라이를 먹는 부잣집 도련님 명길,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왕 하사 아저씨, 풍금을 연주하는 새침데기 소녀 성미희, “공산당이 싫다”고 외쳐댔던 웅변대회 등 그 시절의 모습이 사진첩처럼 살가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을 남긴 무하마드 알리가 챔피언 벨트를 포기하고 흑인 차별에 저항했던 것처럼, 소년 알리는 인권을 위해 앞장서는 어른으로 자란다.
34년이 지난 어느 날. 노조 위원장이 된 알리는 35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113일을 투쟁하다 경찰에 잡혀갔다.
죽기 직전 알리가 본 마지막 풍경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바보 취급 받으며 자란 알리는 ‘바보 같은’ 삶을 살았지만, 알리 같은 바보가 있어 세상은 그나마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업을 하다 말고 나비의 행방을 쫓아간 어린 날의 알리. 아름다운 것을 따라갈 줄 아는 알리는 나비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안도현 지음·김준영 그림/계수나무·9500원 붉은점모시나비가 고향 풍산에서 발견됐다. 한달음에 달려간 ‘나’는 노인이 돼버린 허씨 아저씨에게서 알리의 죽음을 들었다. “바보 같이 살다 간 거야, 쯧쯧.” 먹을 것이 없어 술지게미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시절, ‘나’와 알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지저분한 외모에 어딘가 덜떨어진 표정을 짓고 다니던 ‘알리’. ‘바보 같은’ 알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선생님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알리는 벌레들이 발에 밟힐까 봐 땅을 보고 걷는 따뜻한 심성을 가졌다. 알리의 진짜 이름은 김판수다. 아버지 김씨가 판사가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사람들은 판수의 두툼한 입술을 보고 “썰면 한 접시는 되겠다”고 놀려대곤 했다. 판수는 얼굴 빛깔과 생김새가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쏙 빼닮았다. 초등학생인 알리와 ‘나’의 성장기를 그린 <알리는 바보가 아니다>는 1960년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장 귀한 반찬이었던 계란프라이를 먹는 부잣집 도련님 명길,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왕 하사 아저씨, 풍금을 연주하는 새침데기 소녀 성미희, “공산당이 싫다”고 외쳐댔던 웅변대회 등 그 시절의 모습이 사진첩처럼 살가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바보같은 알리…네가 있어 행복했어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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