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서지원 글·조현숙 그림/꿈꾸는사람들·1만1000원 ‘개화기 신문물 시리즈’ 첫권
사진기 정착 과정 그린 동화 1883년 조선 한성의 진고개(충무로2가) 입구에 벽보가 한 장 붙었다. ‘아이들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 일본 놈이 애들을 납치해 삶아 가루로 빻아 마법상자에 넣는다.’ 같은 시기 정동. 덩치 좋은 어른 둘이 몽둥이를 들고 지키고 서 있다. 그들은 말한다. “마법상자에 그림자만 잡혀도 그 사람은 일년 안에 죽고, 집을 비추면 그 집안은 일년 안에 망하고, 나무를 비추면 바짝 말라 죽는다.” 짐작이 가겠지만 이 공포스러운 ‘마법상자’는 바로 사진기다. 조선 개화기, 사진기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담은 역사동화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가 나왔다.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시리즈의 첫 권이다. <훈민정음 구출 작전>을 쓴 동화작가 서지원씨가 집필자로 나섰다. 어느 날 ‘청계천 거지’ 삼식이의 여동생이 사라진다. 동생을 찾아나선 삼식이는 이 무시무시한 소문을 접하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다 황철이라는 젊은 양반이 마법상자를 집에 들여놓고 촬영국(사진관)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야심한 밤, 죽을 각오로 황철 나리댁 담을 넘지만 그 안에 동생이 있을 리가 없다. 삼식이는 동생을 찾는 데 실패하지만 대신 마법상자를 만난다. 그리고 황철에게 재주를 인정받아, 조선 최초의 ‘보조 사진작가’가 된다. 책은 삼식이의 성장담 속에 사진기가 조선에 정착하는 과정을 녹여냈다. ‘신문물의 역사’에 ‘동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개화기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사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1700년대부터 사진기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 실학자들은 사진기의 조상쯤 되는 ‘칠실파려안’으로 실험을 했다.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쇄국정책은 서양문물의 유입을 가로막았다. 그리하여, 실제 조선 최초의 사진가들 중 한사람인 황철이 종로 대안동에 첫 사진관을 연 것은 100여년이 훌쩍 지난 1883년이었다. ‘개화기 선각자’ 황철은 마법상자에 대한 소문을 듣고 개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문물에 너무 무지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몰라. 한시바삐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점점 뒤처지는 나라가 될 거야.”
이 시기의 선각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다 때로는 목숨을 잃었다. 황철 역시 궁궐 사진을 찍다 간첩으로 몰려 의금부에 끌려가기도 하고, 갑신정변 뒤엔 개화파로 찍혀 촬영국이 산산조각나는 수난을 겪는다. ‘정신적 지주’ 황철과 함께 삼식이도 성장한다. 어른이 된 그는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슬픈 백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 땅 백성의 모습을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는 것이었다. 내가 담지 못한다면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내 사진에 담을 것이다.’ 초창기 역사 속에서 ‘사진’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 책이 그리고자 한 것은 개화기 조선인들의 무지함과 거기서 비롯된 황당한 사건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교훈이 되기도 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주기도 한다.” 100여년 전 선각자들의 통찰은 이 시대 어디서, 누구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가. 혹시 지금 우리도 21세기 선각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100년 뒤 우리는 또 어떤 세상에 살게 될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초등 3학년부터.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서지원 글·조현숙 그림/꿈꾸는사람들·1만1000원 ‘개화기 신문물 시리즈’ 첫권
사진기 정착 과정 그린 동화 1883년 조선 한성의 진고개(충무로2가) 입구에 벽보가 한 장 붙었다. ‘아이들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 일본 놈이 애들을 납치해 삶아 가루로 빻아 마법상자에 넣는다.’ 같은 시기 정동. 덩치 좋은 어른 둘이 몽둥이를 들고 지키고 서 있다. 그들은 말한다. “마법상자에 그림자만 잡혀도 그 사람은 일년 안에 죽고, 집을 비추면 그 집안은 일년 안에 망하고, 나무를 비추면 바짝 말라 죽는다.” 짐작이 가겠지만 이 공포스러운 ‘마법상자’는 바로 사진기다. 조선 개화기, 사진기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담은 역사동화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가 나왔다.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시리즈의 첫 권이다. <훈민정음 구출 작전>을 쓴 동화작가 서지원씨가 집필자로 나섰다. 어느 날 ‘청계천 거지’ 삼식이의 여동생이 사라진다. 동생을 찾아나선 삼식이는 이 무시무시한 소문을 접하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다 황철이라는 젊은 양반이 마법상자를 집에 들여놓고 촬영국(사진관)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야심한 밤, 죽을 각오로 황철 나리댁 담을 넘지만 그 안에 동생이 있을 리가 없다. 삼식이는 동생을 찾는 데 실패하지만 대신 마법상자를 만난다. 그리고 황철에게 재주를 인정받아, 조선 최초의 ‘보조 사진작가’가 된다. 책은 삼식이의 성장담 속에 사진기가 조선에 정착하는 과정을 녹여냈다. ‘신문물의 역사’에 ‘동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개화기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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