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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국인에 한국 알리려 글쓰기 시작했죠”

등록 2011-02-14 08:31수정 2011-02-14 10:03

한국계 인기동화작가 린다 수 박(51·한국이름 박명진)
한국계 인기동화작가 린다 수 박(51·한국이름 박명진)
한국계 인기동화작가 린다 수 박
‘39 클루스’ 9권 내고 서울 방문
“삶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인생은 불완전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를 겪지요. 그 분노와 쓰라림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13일, 미국 스콜라스틱 출판사가 펴내는 열 권짜리 모험판타지물 ‘39 클루스’ 시리즈 제9권 <스톰 워닝>의 작가로서 서울을 방문한 한국계 미국작가 린다 수 박(51·사진·한국명 박명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불공정한 세상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 작품들엔 삶은 불공평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을 겪으면서 어떤 이들은 증오심을 키우고, 어떤 이는 어차피 삶은 불공정한 것이니까 내 몫이라도 챙기겠다고 이기심을 키웁니다. 제 질문은 불완전한 삶과 불공평한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간디나 마틴 루서 킹처럼 큰 일을 하진 않더라도 말이죠.”

1960년 한국인 이민 부부의 딸로 태어나 영어만을 쓰며 유년을 보내고 영문학도로 성장한 린다 수 박은 지금까지 모두 아홉권의 동화(소설)를 썼다. 이 가운데 일곱 권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삶은 불공평하다’는 인식은 그의 어릴 적 경험에 닿아 있다고 했다. “제가 살던 마을에서 한국인 집은 달랑 우리뿐이었어요. 우리는 (그들과) 달랐어요. 거창한 인종차별 사건을 겪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년기 내내 늘 공기 속에서 차별을 느꼈지요.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나의 생김새를 통해 판단한다고 느꼈어요. 어릴 적 나는 백인이 되고 싶었죠. 피부가 하얘졌으면, 가슴이 컸으면 하고 내가 갖지 않은 것들을 소망했어요. 유학 시절 유럽에서도 경험은 비슷했어요. 아시아계의 경우 눈이 까많다는 이유로 동양인으로 통틀어 이야기하거든요.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등 저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 데 부당함을 느꼈어요. 작품을 쓰게 된 계기도,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였죠.”

12세기 고려시대 전북 부안의 청자 굽는 마을 줄포를 배경 삼아 한 고아 소년(목이)이 도공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동화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으로 그는 2002년 미국 최고 아동문학상 ‘뉴 베리 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은 린다 수 박은 그뒤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재 삼은 <내 친구 주몽>, <연싸움>, 한국전쟁과 노근리 이야기를 담은 <매기의 야구노트>를 잇따라 발표하며 미국의 인기 어린이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엔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긴장감”이 스며 있다.

린다 수 박이 참여한 <39 클루스> 시리즈는 14살 에이미와 11살 댄, 두 남매가 자기 집안의 특별한 힘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39개의 단서(클루)를 찾아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는 모험을 담은 판타지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펴낸 미 스콜라스틱출판사가 대표적인 아동문학작가 7명을 선정하여 이들이 릴레이 집필하는 시리즈다. 세번째 권 <도둑맞은 검>(피터 르랭기스 지음)에서 숨겨진 단서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북한산이 등장하는가 하면, 주요 인물로 한국계 미국인 2명이 등장한다. 린다 수 박이 쓴 9권 <스톰 워닝>은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올 여름께 한국어판이 출간된다.

린다 수 박은 14일 연세대학생들과 만난 뒤 15일엔 어린이청소년도서관 강연을 통해 어린 독자들과 만난다. “저에게 글쓰기가 배움의 방법이었듯이, 책읽기를 통해 인생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읽고, 또 읽으세요.”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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