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집짓기〉
〈두 남자의 집짓기〉
이현욱·구본준 지음/마티·2만2000원 ‘한국 주거문화의 혁명’이라는 찬사와 함께 서울 강남 도곡동에 세워진 타워팰리스가 첫 입주민을 받은 것은 2002년 10월이었다.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주상복합 건물은 금세 한국 사회의 풍경을 뒤바꿔버릴 것처럼 보였다. 전국 대도시 금싸라기 땅에는 어김없이 우후죽순 주상복합들이 들어섰고, 그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우악스런 풍경에 도시의 모습도 하루하루 바뀌어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상복합이 한국 주거문화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주거문화가 그렇게 단선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2007년 말 시작된 미국발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의 가격은 정점을 찍었고, 과도한 관리비에 부담을 느낀 이들의 탈출행렬도 이어지는 중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전히 아파트 생활을 당연히 여기고 있지만, 대안적인 주거를 고민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17년차 건축가 이현욱씨와 17년 동안 신문사에서 기사를 써온 구본준 <한겨레> 기자가 제시하는 집짓기 사례도 그런 대안적인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두 남자는 2010년 ‘도심의 아파트 전셋값으로 한달 만에 완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목조주택’을 짓기로 의기투합한다. 이들이 2010년 여름에 진행한 단독주택 짓기의 기록을 담은 <두 남자의 집짓기>는 너른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두고 있는 3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보통 가정이 불가능하게만 여겼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도발을 시작한 것은 이씨였다. “집 짓는 평당 건축비는 400만원이면 충분해. 자기네 세 식구잖아. 25평이면 충분하지. 단독주택 실평수 25평이면 아파트 30평대 크기야. 30평이면 넉넉잡고 평당 400만원 곱해 1억2000만원이고, 경기도 단독주택 필지가 평균 2억5000만원에서 최고급땅이 4억 하니까 입지 좋은 축에 속하는 3억짜리를 사면 4억2000만원. 이것저것 좀 줄이면 4억에 가능하잖아.” 친구의 제안에 마음이 동한 구 기자, 즉각 실행에 돌입한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경기 용인 동백지구의 택지를 사들여 집을 짓는 모험에 나선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이씨와 구 기자는 하나의 택지에 나란히 붙은 집 두 채를 지었다. 공사비 3억2000만원, 땅값 3억6000만원, 설계비와 제 세금을 합쳐 모두 7억3350만원의 돈이 들었다. 한 집당 3억6675만원에 다락방까지 합친 3층짜리 집이 완성된 것이다. 책은 비슷한 주거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정보로 가득 차 있다. 네모반듯하고, 도로와 접한 면이 많은 땅이 좋은 땅이고 값도 비싸다. 특히 북쪽에 길이 있는 땅은 일조권 때문에 뒷집을 위해 거리를 띄워줄 필요가 없어 좋다. 단열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목조주택이 좋고, 화장실은 평당 건축비가 600만원이나 드는 비싼 시설이기 때문에 많이 지을 필요가 없다. 만들어 놓은 뒤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지하실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설계비가 아까워 시공업체에 모든 일을 일임하면 잦은 설계 변경으로 오히려 비용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 남자는 결국 2010년 9월 ‘땅콩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집에 입주했다. 마당 조경은 아이들과 힘을 합쳐 직접 진행했다. 10월 관리비는 아파트 관리비보다 훨씬 적은 단돈 16만원이 나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현욱·구본준 지음/마티·2만2000원 ‘한국 주거문화의 혁명’이라는 찬사와 함께 서울 강남 도곡동에 세워진 타워팰리스가 첫 입주민을 받은 것은 2002년 10월이었다.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주상복합 건물은 금세 한국 사회의 풍경을 뒤바꿔버릴 것처럼 보였다. 전국 대도시 금싸라기 땅에는 어김없이 우후죽순 주상복합들이 들어섰고, 그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우악스런 풍경에 도시의 모습도 하루하루 바뀌어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상복합이 한국 주거문화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주거문화가 그렇게 단선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2007년 말 시작된 미국발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의 가격은 정점을 찍었고, 과도한 관리비에 부담을 느낀 이들의 탈출행렬도 이어지는 중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전히 아파트 생활을 당연히 여기고 있지만, 대안적인 주거를 고민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17년차 건축가 이현욱씨와 17년 동안 신문사에서 기사를 써온 구본준 <한겨레> 기자가 제시하는 집짓기 사례도 그런 대안적인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두 남자는 2010년 ‘도심의 아파트 전셋값으로 한달 만에 완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목조주택’을 짓기로 의기투합한다. 이들이 2010년 여름에 진행한 단독주택 짓기의 기록을 담은 <두 남자의 집짓기>는 너른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두고 있는 3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보통 가정이 불가능하게만 여겼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도발을 시작한 것은 이씨였다. “집 짓는 평당 건축비는 400만원이면 충분해. 자기네 세 식구잖아. 25평이면 충분하지. 단독주택 실평수 25평이면 아파트 30평대 크기야. 30평이면 넉넉잡고 평당 400만원 곱해 1억2000만원이고, 경기도 단독주택 필지가 평균 2억5000만원에서 최고급땅이 4억 하니까 입지 좋은 축에 속하는 3억짜리를 사면 4억2000만원. 이것저것 좀 줄이면 4억에 가능하잖아.” 친구의 제안에 마음이 동한 구 기자, 즉각 실행에 돌입한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경기 용인 동백지구의 택지를 사들여 집을 짓는 모험에 나선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이씨와 구 기자는 하나의 택지에 나란히 붙은 집 두 채를 지었다. 공사비 3억2000만원, 땅값 3억6000만원, 설계비와 제 세금을 합쳐 모두 7억3350만원의 돈이 들었다. 한 집당 3억6675만원에 다락방까지 합친 3층짜리 집이 완성된 것이다. 책은 비슷한 주거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정보로 가득 차 있다. 네모반듯하고, 도로와 접한 면이 많은 땅이 좋은 땅이고 값도 비싸다. 특히 북쪽에 길이 있는 땅은 일조권 때문에 뒷집을 위해 거리를 띄워줄 필요가 없어 좋다. 단열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목조주택이 좋고, 화장실은 평당 건축비가 600만원이나 드는 비싼 시설이기 때문에 많이 지을 필요가 없다. 만들어 놓은 뒤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지하실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설계비가 아까워 시공업체에 모든 일을 일임하면 잦은 설계 변경으로 오히려 비용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 남자는 결국 2010년 9월 ‘땅콩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집에 입주했다. 마당 조경은 아이들과 힘을 합쳐 직접 진행했다. 10월 관리비는 아파트 관리비보다 훨씬 적은 단돈 16만원이 나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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