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
이호철씨 ‘학대받는 아이들’ 고침판
일상에서 받는 어린이들 상처 담아
부모들이 읽으면 부끄러워지는 책
일상에서 받는 어린이들 상처 담아
부모들이 읽으면 부끄러워지는 책
〈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
이호철 지음/보리·1만5000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이 학대’는 자기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학대라고 하면, 흔히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이를 감금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매질하는 등 참혹한 사례들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아이가 무엇인가를 사 달라고 했을 때 “시끄럽다”고 윽박질러서 입을 닫게 한 경험이 없는가? 좋지 않은 성적을 두고 친구와 비교하면서 아이를 몰아세운 적은 없는지? 아이 앞에서 소리를 질러가며 부부 싸움을 벌인 적은? 30년이 넘도록 경북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사 이호철(58)씨는 “많은 부모와 어른들이 스스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그는 아이들이 직접 쓴 글들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학대를 드러낸 책 <학대받는 아이들>을 펴낸 바 있다. 여러 매체에 큼직하게 소개돼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으나, 지은이는 “그렇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고 말한다. 정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모들이 남의 일인 양 시큰둥했고, “10년 전에 견줘 지금도 아이 학대는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0년 만에 <학대받는 아이들>의 증보판인 <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를 내게 됐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앞날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이 학대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어 이 책이 쓰레기통에 들어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증보판을 내는 지은이의 마음은 “이젠 더욱 널리 읽혀서 모든 어른이 반성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쓴 글들을 토대로 삼고 있다. 아이들의 글은 부모의 말과 행동, 학교와 집에서 겪는 일들 때문에 응어리지고 상처 입은 마음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드러낸다.
볼펜 때문에 동생과 다툰 아이에게, 엄마는 “저쪽에 가서 뒤져라, 고마”라는 폭언을 하면서까지 나무란다. 또 다른 엄마는 물건을 훔친 아이를 빗자루로 사정없이 때린다. 아이도 제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매질을 당하니 속으로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주걱으로 종아리를 맞은 아이는 엄마가 밉다는 생각만 한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때 마음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라고 한다. 부부 갈등과 이혼, 친척들과의 갈등 등 집안 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 역시 “내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한다.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의 영어·수학을 배워야 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차라리 벌레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고 한탄한다. 어른들은 우습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겐 외모나 버릇, 친구 관계 같은 문제들도 큰 고민거리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이 제대로 감싸고 챙기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은이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경제 지위로 사람을 대접하는 사회와 가정에서 쌓인 울분이나 억눌림을 약자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분풀이한다”고도 비판한다.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매를 들지 않고 부드럽게 타일러 스스로 고칠 수 있게 할 수 있다. 부부 갈등의 이유나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 등에 대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터놓고 자초지종을 알려주면,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상처가 속으로 곪지 않게, 겉으로 드러내어서 독을 풀어주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스스로 학대받은 일을 밖으로 내쏟다 보면 자연스럽게 응어리가 풀리고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이 속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아이의 행동이나 생각을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지 말고, 아이 처지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줘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생각이 들지만, 같은 어른으로서 ‘나 역시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성찰과 반성의 지점에 다다른다. 지은이는 “부모가 아닌 사회 어른들에게 학대받는 아이들 모습까지는 이 책에 담지 못했다”며 “그 모습은 언젠가 따로 내보여 어른들에게 더 큰 깨우침을 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들은 아직도 많기만 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이호철 지음/보리·1만5000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이 학대’는 자기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학대라고 하면, 흔히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이를 감금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매질하는 등 참혹한 사례들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아이가 무엇인가를 사 달라고 했을 때 “시끄럽다”고 윽박질러서 입을 닫게 한 경험이 없는가? 좋지 않은 성적을 두고 친구와 비교하면서 아이를 몰아세운 적은 없는지? 아이 앞에서 소리를 질러가며 부부 싸움을 벌인 적은? 30년이 넘도록 경북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사 이호철(58)씨는 “많은 부모와 어른들이 스스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그는 아이들이 직접 쓴 글들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학대를 드러낸 책 <학대받는 아이들>을 펴낸 바 있다. 여러 매체에 큼직하게 소개돼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으나, 지은이는 “그렇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고 말한다. 정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모들이 남의 일인 양 시큰둥했고, “10년 전에 견줘 지금도 아이 학대는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0년 만에 <학대받는 아이들>의 증보판인 <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를 내게 됐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앞날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이 학대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어 이 책이 쓰레기통에 들어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증보판을 내는 지은이의 마음은 “이젠 더욱 널리 읽혀서 모든 어른이 반성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쓴 글들을 토대로 삼고 있다. 아이들의 글은 부모의 말과 행동, 학교와 집에서 겪는 일들 때문에 응어리지고 상처 입은 마음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드러낸다.
학생과 어울려 활짝 웃고 있는 <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의 지은이 이호철 교사.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치료하는 일에 노력해온 그는 “많은 부모와 사회 어른들이 자기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리출판사 제공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생각이 들지만, 같은 어른으로서 ‘나 역시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성찰과 반성의 지점에 다다른다. 지은이는 “부모가 아닌 사회 어른들에게 학대받는 아이들 모습까지는 이 책에 담지 못했다”며 “그 모습은 언젠가 따로 내보여 어른들에게 더 큰 깨우침을 주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들은 아직도 많기만 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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