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살까지 살까?
<나는 몇 살까지 살까?>
하워드 프리드먼·레슬리 마틴 지음,
최수진 옮김/쌤앤파커스·1만6000원
“1주일에 4번,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술과 담배를 끊어라”, “무리하게 일하면 건강하게 살 수 없다”, “걱정은 건강에 아주 해롭다” 등등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의 조언들이 ‘보편적인 믿음’이 되어 차고 넘친다. 초점은 ‘장수’와 ‘건강’이다. 그런데 이런 보편적인 믿음들이 다 엉터리없는 소리라면 어쩔 것인가?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경우를 보지 않았던가?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소식을 하던 분이 먼저 떠나고 기름진 식사를 즐기던 분이 더 오래 산다거나 하는 경우를.
<나는 몇 살까지 살까?-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는 경험에서 나온 그 의구심을 실험으로 확인해주는 책이다. 1921년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년께 태어난 소년 소녀 1500명을 선발해, 이들의 삶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하는 종적 연구를 시작했다. 터먼 박사가 숨진 뒤에는 후배 연구자들이 그 뒤를 이었으며, 결국 ‘터먼 프로젝트’는 2000년 마지막 참가자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80여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책은 터먼 프로젝트 가운데 수명과 건강에 대한 집중 연구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하워드 프리드먼과 레슬리 마틴 교수가 터먼 박사의 방대한 자료들에 사망 정보를 새롭게 추가하고, 실험 참가자들의 건강과 수명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의 특성과 사망 원인을 견줘보면서, 지은이들은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발견한다. 오래 살 것으로 여겨지는 활달하고 낙천적인 아이들이, 조용하고 진지한 아이들에 비해 고령까지 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낙관주의보다 걱정이 많은 성격이 건강에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100살 노인의 낙천성은 장수의 비결이 아니라 장수의 결과”라고 말한다. 흔히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스트레스가 많아 일찍 죽은 확률이 높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사장이 직원들보다 오래 산다. 결실을 거둬들이는 성취감이나 인내심이 건강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과 장수는 ‘복불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건강에 대한 단편적인 인과관계를 쫓지 말고, 성격·인생관·인간관계·환경 등에서 ‘더 건강한 생활패턴’을 찾는 게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런 생활패턴이 개인의 선택을 뛰어넘어 지역사회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조직되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한다. 건강과 수명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없다면, 단지 인과관계를 나열한 수많은 조언들은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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