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경제학
<한 줄의 경제학>
한겨레 경제부 지음/어바웃어북·1만4000원 모르면 당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벌어먹고 살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나 어떤 꿍꿍이 속에서 우리의 벌어먹고 살기가 종속되어 결정되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는 난수표처럼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껏 머리 싸매는 경제지식이란 ‘재테크’에 집중된다. ‘돈 되는 지식’ 찾기의 끝은 보이지 않고 힘겹게 거둔 노동의 대가는 술술 새어나가기 마련이다. ‘돈 되는 지식’이란 있다 해도 서민 곁에 오지 않는다. 그러니 서민들은 모르고 당할 뿐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두 손을 놓고 있다. 더구나 먹고살기도 험난한 판국에, 정신줄 잠시 놓았다가는 생명조차 위협받는 이 위험 가득한 사회에서, 알기 위해 짬을 낸다는 건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여기 경제기자들의 존재 이유가 있다. 경제 현상을 두루 세상에 알리는 일이다. 정의와 진실이라는 열쇳말을 가슴과 머리에 새겨넣고 두 눈 부릅뜨는 일. 정치와 사회를 다루는 기자라면 대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경제기자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어디 있는지 찾아냈다 해도 가공기술이 없으면 돌덩이일 뿐이다. 서민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경제기사는 가치가 없다. 경제기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짧게 압축해서 쓰면서 쉽게 써야 한다는 딜레마는 경제기자의 운명이다. <한 줄의 경제학>은 한겨레 경제부가 이런 경제기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책이다. 핵심 경제지식을 95가지 열쇳말로 집약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지식을 알기 쉽게 알려주겠다는 책들은 숱하게 많지만 알맹이는 기존 책들과 다르다. 무엇보다 열쇳말의 성격이다. 기존 열쇳말 중심의 경제교양서는 경제학원론의 용어 설명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민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학 원론이 아니라 발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경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환율전쟁’이란 무엇인지, ‘쌀 시장 조기 관세화’가 쌀 시장이 개방된다는 건지 아닌지, ‘양적완화’와 ‘출구전략’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를 <한 줄의 경제학>은 쉽고 시원하게 풀어준다. <한 줄의 경제학>의 또다른 특징은 관점이다. 경제의 주인은 기업도 정부도 아니다. 권력을 창출해내는 유권자나 기업의 존립 기반인 소비자는 서민이다. 그래서 어떤 경제현상이든 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설명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며 풀이한다. 그래서 경제 주요 이슈의 설명 방식도 달라진다. 세금 이야기에선 서민들이 조세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실업률을 설명할 땐 서민들의 체감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 통계의 함정을 짚는 식이다. 물론 여기에 재미라는 기본기도 갖추고 있다. 열쇳말 뒤에 숨어 있는 에피소드와 역사적 배경들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런 점에서 실물경제의 생생한 현장인 저잣거리에서 길어올린 경제지식이라고 할 만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경제부 지음/어바웃어북·1만4000원 모르면 당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벌어먹고 살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나 어떤 꿍꿍이 속에서 우리의 벌어먹고 살기가 종속되어 결정되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는 난수표처럼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껏 머리 싸매는 경제지식이란 ‘재테크’에 집중된다. ‘돈 되는 지식’ 찾기의 끝은 보이지 않고 힘겹게 거둔 노동의 대가는 술술 새어나가기 마련이다. ‘돈 되는 지식’이란 있다 해도 서민 곁에 오지 않는다. 그러니 서민들은 모르고 당할 뿐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두 손을 놓고 있다. 더구나 먹고살기도 험난한 판국에, 정신줄 잠시 놓았다가는 생명조차 위협받는 이 위험 가득한 사회에서, 알기 위해 짬을 낸다는 건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여기 경제기자들의 존재 이유가 있다. 경제 현상을 두루 세상에 알리는 일이다. 정의와 진실이라는 열쇳말을 가슴과 머리에 새겨넣고 두 눈 부릅뜨는 일. 정치와 사회를 다루는 기자라면 대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경제기자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어디 있는지 찾아냈다 해도 가공기술이 없으면 돌덩이일 뿐이다. 서민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경제기사는 가치가 없다. 경제기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짧게 압축해서 쓰면서 쉽게 써야 한다는 딜레마는 경제기자의 운명이다. <한 줄의 경제학>은 한겨레 경제부가 이런 경제기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책이다. 핵심 경제지식을 95가지 열쇳말로 집약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지식을 알기 쉽게 알려주겠다는 책들은 숱하게 많지만 알맹이는 기존 책들과 다르다. 무엇보다 열쇳말의 성격이다. 기존 열쇳말 중심의 경제교양서는 경제학원론의 용어 설명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민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학 원론이 아니라 발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경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환율전쟁’이란 무엇인지, ‘쌀 시장 조기 관세화’가 쌀 시장이 개방된다는 건지 아닌지, ‘양적완화’와 ‘출구전략’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를 <한 줄의 경제학>은 쉽고 시원하게 풀어준다. <한 줄의 경제학>의 또다른 특징은 관점이다. 경제의 주인은 기업도 정부도 아니다. 권력을 창출해내는 유권자나 기업의 존립 기반인 소비자는 서민이다. 그래서 어떤 경제현상이든 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설명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며 풀이한다. 그래서 경제 주요 이슈의 설명 방식도 달라진다. 세금 이야기에선 서민들이 조세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실업률을 설명할 땐 서민들의 체감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 통계의 함정을 짚는 식이다. 물론 여기에 재미라는 기본기도 갖추고 있다. 열쇳말 뒤에 숨어 있는 에피소드와 역사적 배경들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런 점에서 실물경제의 생생한 현장인 저잣거리에서 길어올린 경제지식이라고 할 만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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