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한 호흡
잠깐독서
여럿이 한 호흡
‘우리는 나보다 힘이 세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실행하긴 어려운 말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무언가 이뤄야 한다면. 기업 경영이든 정부 운영이든 내밀한 인간관계에서든 협력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제는 함께 일할 줄 모르는 것이다. 배려와 설득, 타협, 토론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하는 근원에는 자아존중감 결여가 놓여 있다. 내 마음을 열지 못하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떻게 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
세계적인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70)는 <여럿이 한 호흡>에서 일생 동안 터득한 협력의 기술을 상세히 털어놓는다. 함께 일하기 위해선 원칙을 갖춰야 하며, 서로의 개성을 보완하면서 더 커지는 힘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불특정 다수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친구와의 협력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보람있는 일인지를 잔잔히 풀어놓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추상적인 주장 대신 구체적인 일화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세계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함께 일해 온 이들 역시 각계의 전설이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레고리 하인스, 제롬 로빈슨 같은 무용계의 거물뿐 아니라 빌리 조엘, 밥 딜런, 엘비스 코스텔로, 대니 앨프먼, 리처드 애버던, 밀로시 포르만을 비롯한 대중음악·사진·영화 등 문화판의 거장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한세정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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