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탄생>
<패션의 탄생>
강민지 글ㆍ그림/루비박스 펴냄ㆍ1만8900원 인간 최초의 옷은 동물 가죽이나 나뭇잎을 엮어 만든 것이었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는 수천벌의 새로운 옷들이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옷이 곧 패션은 아니다. 사전에서 패션은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패션’이 우리 일상 속에서 쓰이는 맥락은 다르다. 패션은 ‘일정한’ 형식을 지양한다. 패션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일정한 형식의 타파가 지상과제이자 수행해야 할 임무이다. 패션은 따라서 옷도, 일정한 형식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패션은 혁신과 진화, 진보다. 패션에 이념을 덧입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디자이너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혁신과 진화, 진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현대 패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6명의 디자이너를 소개한 만화 <패션의 탄생>을 보면 이런 패션의 흐름과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에르메스, 이브 생 로랑, 돌체 앤 가바나, 페라가모와 샤넬 등을 백화점 매장에서 보고 그저 수많은 고급 브랜드 중 하나로만 여겨왔다면, 더욱 권해볼 만한 책이다.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분위기를 소비하는 ‘가치 소비의 시대’에 그 브랜드를 창조한 디자이너의 철학과 역사를 알고 나면 남들과 똑같은 가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효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될 터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디자이너와 그들이 창조한 패션의 역사라니 너무 많은 정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의류학과 출신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들려줄 때는 간단한 만화 형식을 빌려 그 내용에 집중하게 하고, 디자이너의 대표 아이템을 보여줄 때는 시원한 삽화로 눈을 즐겁게 한다. 패션 제국의 황제가 된 이들 명품 브랜드의 설립자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옷보다는 열정에 놀라울 때가 있다. 70살의 나이에도 놀라울 만큼 발칙한-물론 제품 가격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창조물은 젊은이에게 열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정 속에 태어난 패션은 그 어떤 것보다 진보적일 수 있겠다. 진정한 패션(fashion)은 패션(passion·열정)에서 탄생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강민지 글ㆍ그림/루비박스 펴냄ㆍ1만8900원 인간 최초의 옷은 동물 가죽이나 나뭇잎을 엮어 만든 것이었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는 수천벌의 새로운 옷들이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옷이 곧 패션은 아니다. 사전에서 패션은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패션’이 우리 일상 속에서 쓰이는 맥락은 다르다. 패션은 ‘일정한’ 형식을 지양한다. 패션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일정한 형식의 타파가 지상과제이자 수행해야 할 임무이다. 패션은 따라서 옷도, 일정한 형식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패션은 혁신과 진화, 진보다. 패션에 이념을 덧입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디자이너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혁신과 진화, 진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현대 패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6명의 디자이너를 소개한 만화 <패션의 탄생>을 보면 이런 패션의 흐름과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에르메스, 이브 생 로랑, 돌체 앤 가바나, 페라가모와 샤넬 등을 백화점 매장에서 보고 그저 수많은 고급 브랜드 중 하나로만 여겨왔다면, 더욱 권해볼 만한 책이다.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분위기를 소비하는 ‘가치 소비의 시대’에 그 브랜드를 창조한 디자이너의 철학과 역사를 알고 나면 남들과 똑같은 가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효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될 터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디자이너와 그들이 창조한 패션의 역사라니 너무 많은 정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의류학과 출신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들려줄 때는 간단한 만화 형식을 빌려 그 내용에 집중하게 하고, 디자이너의 대표 아이템을 보여줄 때는 시원한 삽화로 눈을 즐겁게 한다. 패션 제국의 황제가 된 이들 명품 브랜드의 설립자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옷보다는 열정에 놀라울 때가 있다. 70살의 나이에도 놀라울 만큼 발칙한-물론 제품 가격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창조물은 젊은이에게 열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정 속에 태어난 패션은 그 어떤 것보다 진보적일 수 있겠다. 진정한 패션(fashion)은 패션(passion·열정)에서 탄생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