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글쓰기의 기초 근육을 길러봐요!

등록 2011-07-15 15:54수정 2011-07-23 03:29

사진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A href="mailto:yws@hani.co.kr">yws@hani.co.kr</A>
사진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여름방학 글쓰기 5계명
글을 잘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 4가지 언어능력, 즉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가운데 나머지 3가지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쓰기다. 고도의 지적 활동인 셈이다. 인간만이 글쓰기라는 기록활동을 통해 문명을 후대에 전수해온 것을 보면 인간 진화 역사에서 글쓰기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개인의 지적 능력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을 쓸 줄 알기 전과 후는 질적으로 구분된다. 글쓰기는 단순히 종이를 글자로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글을 제대로 쓰려면 내용 이해뿐만 아니라 구성력과 표현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적 활동을 위해서도 글쓰기는 필요하다. 내신시험에서는 서술형과 논술형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 문장으로 된 글이 아니라 긴 글을 요구하는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방학을 맞아서 글쓰기를 일상의 버릇으로 만들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소개해본다.

1. 원고지 5장을 쓰는 힘을 기른다

말하기가 걷기라면 글쓰기는 달리기다. 말하기는 걷기처럼 특별한 훈련이나 연습이 필요 없다. 모국어에 오래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옹알이로 시작해서 결국엔 ‘엄마’를 외친다. 반면 달리기는 무조건 익힐 수 없다. 출발선 동작을 익혀야 시간을 절약하고, 마지막 전력질주 방법을 익혀야 1등을 차지한다. 섣불리 덤볐다가는 낭패를 본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글쓰기 근육을 길러야 한다. 써봐야 구성력과 표현력이 생긴다. 구성력은 글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문단의 배치와 흐름, 분량을 조절해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이다. 표현력은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적합한 단어와 어휘로 보여주는 능력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보는 것도 좋다. 200자 원고지 5장 정도를 쓸 수 있다면 어떤 긴 글도 쓸 수 있다. 매일 하루에 쓸 목표량을 원고지 5장으로 정해놓고 꾸준히 쓰면 된다. 쓸거리가 없으면 책을 읽게 되기 때문에 글쓰기라는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 독서와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2. 나만의 글쓰기 재료 노트가 필요하다

물질적 생산에서는 투입(또는 ‘입력’) 대비 산출(또는 ‘출력’)의 비율이 1대1에 가까울수록 훌륭하다고 칭찬받는다. 반면 글쓰기처럼 정신적 생산은 정반대다. 글쓰기에서 입력과 출력이 1대1이면 그 글은 표절(베껴쓰기)이 된다. 입력이 2~5 정도라면 짜깁기다. 입력이 10 이상 된다면 그나마 볼만한 글이 나오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서 한 장의 글을 잘 쓰려면 수십장의 글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입력의 원천이 되는 글쓰기 재료를 제대로 모아야 한다. 글의 재료를 모으려면 독서하면서 정리해야 한다. 읽은 뒤에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고 증발한다. 읽기 활동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글에 활용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두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핵심적인 내용을 메모해두어도 좋고, 일부 내용을 베껴써도 좋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원하는 내용을 복사해서 정리해두어도 좋다. 컴퓨터 파일로 정리해두는 것도 좋지만, 글쓰기 할 때의 활용도는 공책에 직접 정리해두는 것에 비하면 떨어진다.

3. 국어사전을 휴대품으로

“글쓰기는 언어와의 치열한 싸움이다. 하나하나의 단어를 골라내어 하나의 문장으로 엮어내는 것이다. 하나의 사물을 묘사하는 데 꼭 맞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는 치열함으로 모래 속에서 사금을 골라내듯, 낱말 하나하나를 골라내는 작업을, 언어의 조탁(彫琢)이라 한다.” <태백산맥>을 쓴 소설가 조정래씨의 얘기다. 특히 여기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사물을 묘사하는 데 꼭 맞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로 비가 오는 양상에 대한 표현은 무척 다양하다. 보슬보슬, 부슬부슬, 주룩주룩, 주르륵주르륵, 죽죽, 줄줄줄줄, 추적추적, 스르륵스르륵…. 다른 언어에 비해 의성어와 의태어가 유난히 발달한 우리말에서 정확한 의태어와 의성어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휘력이 부족한 결정적인 이유는 모국어를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직후부터 듣고 따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익혔기 때문에 굳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국어라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일상적인 대화 수준의 언어밖에 쓸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단어를 자유자재로 골라 쓰려면 무엇보다 국어사전과 친해져야 한다. 일단 공부할 때 옆에 두어야 한다. 책을 읽거나 교과서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지체 없이 사전을 찾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단어의 뜻과 함께 단어 사용법도 문장을 통해 익히는 게 좋다. 비슷한 말이나 반대말까지 함께 익혀두면 어휘력은 급격히 높아진다.

4. 신문일기를 써보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뉴욕 타임스>를 정기구독했다. 시사정보와 상식을 쌓은 그는 친구들이나 부모와의 토론을 일상적으로 벌였고, 그것이 정치가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인도인들의 존경을 가장 많이 받는 전 총리 자와할랄 네루. 그의 아버지는 네루가 영국에 유학할 때 아들에게 신문 스크랩을 해서 보냈다.

세계적인 인물들이 신문 읽기를 교육의 필수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는 신문이 ‘살아있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세상을 폭넓고 깊이있게 이해하고 진단해야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신문은 동시대 가장 뛰어난 글쓰기 달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공간이다. 신문을 교재로 공부하는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은 선진국일수록 더 발달돼 있다.

‘신문일기 쓰기’는 글쓰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먼저 오늘의 신문을 쭉 훑어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하나 정한다. 그 신문 기사를 오려서 일기장에 붙인다. 이때 신문 제호와 날짜, 면수를 간단하게 적는다. 신문기사를 고를 때는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걸 기준으로 한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왜 그것이 기억에 남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본다. 마인드맵으로 그림을 그려봐도 좋다. 마인드맵은 하나의 생각을 여러 갈래로 넓혀주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떠오를 수 있다. 공책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되, 느낌이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5. 쉬운 한자(漢字)책 한 권을 뗀다

우리말 단어 가운데 한자가 포함된 것은 대략 50~70%. 한자를 모르고서는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쓰기 어렵다. 한자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한자의 특징부터 파악해야 한다. 한자의 첫째 특징은 ‘표의문자’라는 점이다. 하나하나의 글자가 뜻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우리말은 표음문자, 즉 하나하나의 글자가 특정한 뜻을 나타내지 않고 하나하나의 음성에 대응해 그 발음을 나타낸다. 표의문자는 표음문자에 견줘 ‘조어력’, 즉 단어를 만들어내는 힘이 강력하다. 글자와 글자를 연결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한자어는 그래서 우리말에 깊숙이 침투해 오랫동안 우리말 체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자를 공부하는 첫째 원칙은 많이 쓰이는 글자부터 익히는 것이다. 많이 쓰이는 단어부터 익히면 우리말의 어휘 습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우리말 어휘를 익히기 위해 필수로 익혀야 하는 한자는 대략 2천~3천자다.

낱글자를 무작정 암기하는 게 힘들 때는 문장 속에서 한자어를 익히면 한자어의 조어 방식이나 구체적인 쓰임새를 알 수 있다. 또 낱글자만을 외울 때와 비교해 단어를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쉬운 동양 고전으로 시작하면 된다. <천자문>(千字文)을 뗀 뒤에는 <동몽선습>(童蒙先習)을 보고, 조금 더 욕심이 난다면 <소학>(小學)을 볼만하다.

[북하니 어린이도서특집] '우리 아이 여름방학 어떤 책이 좋을까요?'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