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교육법
빌 게이츠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는 곳이 동네 도서관이라고 한다.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이유는 자신의 성공에 동네 도서관이 큰 디딤돌이 되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독서교육을 한다고 해서 좋다는 책을 다 사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 시리즈물이 나올 때마다 사준다면 그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능력을 갖춘 부모가 얼마나 될까. 결국 주변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선진국에 유학을 갔다가 도서관 교육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일상의 한 부분으로 동네 도서관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 학부모들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셈이다.
도서관 교육법의 장점은 독서가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동네에 있는 도서관을 다닌 아이들은 커서도 독서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동네 도서관은 접근성 면에서도 그렇지만, 버릇을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도서관 시설을 확충하는 데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책을 빌려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도서관을 다양한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 가운데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KBS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을 취재한 결과, 그들이 국어능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일상적인 독서에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단행본보다는 여러 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류를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장기간에 걸친 독서는 습관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독서 습관을 위해서 자전거를 한 대 사서 휴일마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네 도서관에 가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전업주부인 부모라면 이틀에 한 번꼴로 동네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좋지 않을까. 굳이 독서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아이에게 평생의 지적 호기심을 선사해 줄 수 있다. 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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