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라이 히로시 UC 샌타크루즈대 교수
인터뷰/ 후쿠라이 히로시 UC 샌타크루즈대 교수
“미 중앙정보국 심리전…전후 동맹국 확보하려 원전 이용
일 거물 쇼리키 ‘미디어’ 통해 거짓 홍보…핵불안 잠재워”
“미 중앙정보국 심리전…전후 동맹국 확보하려 원전 이용
일 거물 쇼리키 ‘미디어’ 통해 거짓 홍보…핵불안 잠재워”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받았던 일본이 오늘날 또다른 ‘원자력 재앙’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적이다. 일본은 도대체 왜 원폭 피해를 받은 지 단 10년 만에 원자력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였을까?
지난 2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난 일본계 미국학자인 후쿠라이 히로시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사회학)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일본 소수 권력층이 협력해서 벌인 대대적인 심리전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재앙의 기원은 냉전 시기에 동맹국을 붙들기 위해 원전을 활용하려 했던 미국의 전략, 여기에 협력한 일본 권력층, 이로부터 이익을 얻으려 했던 기업 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30일~10월1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리는 제2회 동아시아의 법과 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원전을 다루는 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다.
후쿠라이는 “미국 중앙정보국은 ‘KMCASHIR’라는 작전명의 심리전을 펼쳐 일본에 원자력을 수출하려 했으며, 일본 현대사의 거물이자 선전 전문가였던 쇼리키 마쓰타로가 여기에 협력했다”고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던 쇼리키는 일본 최초의 상업 방송인 <니혼티브이>(NTV)와 <요미우리신문>의 창업주로 전후 일본 사회에서 ‘미디어 권력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은 소련에 대항해 동맹국들을 확고히 자신의 편으로 붙잡아두려 했고, 일본을 패전시킨 원자력의 힘은 좋은 미끼가 됐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인 대니얼 왓슨은 쇼리키와 만나자마자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한 말을 꺼냈습니다. 원자력이 없어 전쟁에서 졌다고 생각한 쇼리키도 원자력 기술을 키우겠다는 속내로 미국에 적극 협력했습니다.” 이런 쇼리키에게 중앙정보국은 2가지 암호명도 부여했다.
이를 위해선 일본인들의 원자력 공포심을 없애야 했는데, 쇼리키가 가진 미디어의 힘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그가 가진 매체는 ‘평화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로서 원자력을 강조하는 홍보 기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쇼리키는 각종 전시회나 행사를 열어 이를 뒷받침했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벌였던 국제적인 원자력 홍보 행사에 발맞춰, 노벨상 수상자 등 각종 유명인사들을 일본에 초청해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강조한 이들의 말을 생방송으로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실이 새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몇년 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이 일본에서 출판된 바 있다. “그렇지만 일본 사회는 여전히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아직도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후쿠라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라이는 올해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친척 가운데 11명이 세상을 뜨는 비극을 경험했다. 그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제 등의 제도를 동원해 후쿠시마 원전 수출 기업을 상대로 원전 사고의 책임을 묻는 법정소송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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