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소설을 좋아해서 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를 밴드 이름으로 삼고 역시 박민규 소설들을 가지고 만든 노래 여덟 곡을 담은 앨범 <풋워크>를 발표한 다섯 사람. 왼쪽부터 이거산, 양군, 이대로, 안홍인, 김도우씨.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팬카페서 만나 오마주밴드 결성
3년만에 앨범 ‘풋워크’ 발표
제작은 집에서, 생계는 알바
그래도 노래할래요 ‘삼미 정신’!
3년만에 앨범 ‘풋워크’ 발표
제작은 집에서, 생계는 알바
그래도 노래할래요 ‘삼미 정신’!
박민규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모여서 만든 오마주 밴드 ‘카스테라’가 앨범 <풋워크>를 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박민규의 첫 소설집 제목을 밴드 이름으로 삼은 카스테라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리더 안홍인을 비롯해 드럼과 타악기를 담당하는 양군, 트럼펫과 베이스기타, 건반을 담당하는 이거산, 어쿠스틱 기타의 김도우, 그리고 보컬 이대로 등 다섯 명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의 실질적인 첫 앨범 <풋워크>에는 ‘삼미소년단’ ‘지구영웅전설’ ‘고마워 너구리야’ 등 박민규의 소설을 소재로 삼은 노래 여덟 곡이 실려 있다. 지난 8월 홈리코딩 방식으로 제작한 이 음반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이 주의 발견’에서 8월 넷째 주 후보로 오를 정도로 나름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2008년 12월. 박민규의 인터넷 팬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오프 모임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직장을 다니던 맏형 안홍인을 비롯해 막 군대를 마치고 나온 막내 이대로까지 이들을 한데 모은 공통점은 일종의 ‘삼미 슈퍼스타즈’ 정신이었다.
“박민규 작가님의 소설을 흔히 ‘루저 문학’이라고 하잖아요? 저희가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 이야기인 것 같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대학을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둔 뒤 갖은 일을 다 해 봤지만, 삶이 나아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뜻 맞는 친구들끼리 무언가 다른 일을 해 보자는 생각에서 밴드를 만들게 됐어요.”(안홍인)
“밴드를 시작할 때 저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노숙을 할 지경이었죠. 위로받을 만한 것을 찾다가 박민규 소설에서 그 답을 찾았어요. 박민규 소설을 읽는 이들은 틀림없이 나와 비슷한 처지이고 말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죠.”(이거산)
어쿠스틱 기반의 음악을 지향하는 카스테라의 앨범 <풋워크>는 포크를 기조로 삼아 사이키델릭과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가사는 모두가 박민규의 소설을 곡에 맞추어 조금씩 변형한 것이다. “가자 소년이여 우리에겐 앰비셔스가 있지 않나/ 어깨 펴고 당당하게 하늘의 풍선만큼 부푼 마음/ 멋지지 않니”(‘삼미소년단’), “우린 믿어야 해 이 기막힌 세상 속의 나를/ 내 이름은 바나나맨 지구의 변방에 있어/ 의심하지만 나는 지구영웅”(‘지구영웅전설’) 같은 식이다.
공연은 주로 홍대 앞 클럽들에서 한다. 박민규 팬클럽 밴드라는 것이 알려져서 작품 낭독회 같은 문학 행사에서 게스트로 부르기도 한다. 3차 희망버스 전야제에 초대받아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과 ‘라쿠카라차’ 같은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무대에서 이들은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만든 ‘삼미 정신’을 부르짖곤 한다. 앨범 판매나 공연에 따른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생계는 음악 레슨과 단기 알바 등으로 해결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밴드를 결성한 뒤 박민규 작가와도 몇 번 만났다. 그 자신 음악에 관심과 조예가 있어서 황신혜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던 박민규는 “작가가 되고서 겪은 가장 행복한 일”이라며 “언젠가 나도 밴드 카스테라를 위해 오마주 소설을 써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카스테라의 리더 안홍인은 “오마주 밴드라는 것이 박민규 작가의 이름에 편승하는 느낌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앞으로는 ‘삼미 정신’을 바탕 삼되 우리만의 음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오마주 밴드 ‘카스테라’의 앨범 <풋워크>
카스테라의 리더 안홍인은 “오마주 밴드라는 것이 박민규 작가의 이름에 편승하는 느낌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앞으로는 ‘삼미 정신’을 바탕 삼되 우리만의 음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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