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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한국현대사 진하게 비튼 ‘막소설’ 맛보소

등록 2011-12-29 19:51

작가 안정효(70)씨
작가 안정효(70)씨
3권짜리 장편소설 ‘솔섬’ 낸 안정효씨
철새정치인·부패기업인 등 풍자
판타지요소 가미한 해학적 문장
“국민이 정치권 훈련시키는 상황”
“장편소설로는 16년 만에 내는 책이네요. 2007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4년이 걸린 작품입니다. 부조리와 부도덕으로 망해서 결국 가라앉는 나라의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작가 안정효(70·사진)씨가 세 권짜리 정치 풍자소설인 <역사소설 솔섬>(나남출판)을 내놓았다. 서해안의 가상 섬 ‘솔섬’을 무대로 삼아 철새 정치인과 부패한 기업인, 언론인, 조직 폭력배, 종교인 등의 행태를 풍자한 작품이다. 소설 속 시간은 2007년에 시작해서 1945년에 끝나는 역행 구조를 띠며, 문장은 풍자소설답게 경쾌하고 해학적이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 자신의 기존 소설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형식의 이번 작품을 작가는 ‘막소설’이라 불렀다.

“막소설이란 편하고 자유롭게 썼다는 뜻입니다. 스스로의 상상력에 자유를 주었다고나 할까요. 가령 소설 속에서 철새 정치인들은 실제로 새처럼 날아서 바다 건너 섬으로 갑니다. 또 인터넷 중독자가 아예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 가상의 나라를 만들기도 하죠. 섬이 떠오르면서 수십 배 크기로 넓어진다는 설정에서부터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셈인데, ‘판타지’라는 말을 쓰기 싫어서 막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독재를 일삼는 변웅호, 미군의 도움을 받아 변웅호를 제거하고 군부독재시대를 마감하는 진무성 국무총리, 인터넷 누리꾼들과 길거리 젊은층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결국 탄핵되고 마는 독고섭 등 소설 속 이야기에는 한국 정치사가 진하게 반영되어 있다. 재벌총수 한재산, 깡패 두목 조패구, 장례식장 아이고(I go), 닫힌니네당과 재벌노동당처럼 희화화한 정당 이름 등에서도 해학과 풍자를 향한 작가의 의지는 분명하게 읽힌다.

“제가 보기에 정치인들은 오히려 일반 시민들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훈련시키고 있는 게 지금의 정국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일종의 예방주사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제까지 썼던 작품을 뛰어넘는 걸작을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니까 글쓰기가 한결 편안해졌다”면서 “이제는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우선은 나부터가 즐거운 소설을 쓰려 한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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