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63) 시인
이시영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용산 등 가공 없이 작품화…추억 반추도 ‘한 축’
용산 등 가공 없이 작품화…추억 반추도 ‘한 축’
이시영(63·사진)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창비)를 펴냈다. 이전 시집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2007)에서 신문 기사나 책의 일부를 거의 그대로 전재하는 방식의 ‘인용시’를 선보였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별다른 시적 가공 없이 ‘사실’을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감추어진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는”(‘시인의 말’) 방식을 선호한다.
표제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부터가 2009년 1월 서울 용산 재개발 반대 농성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를 사실적으로 다룬다. 시인은 경찰 병력과 살수차 대수, 철거민과 그들의 농성 용품 숫자 등을 시시콜콜히 적고 경찰 특공대 진입으로 여섯 목숨이 스러진 과정을 냉정하게 기록한다. 시의 마지막에 나오는 이런 구절이 사태에 대한 시인의 판단을 보여준다: “애초에 경찰은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철거민 또한 그들을 전혀 자신의 경찰로 여기지 않았다.”
망원경과 도시락 등을 준비해 가자시티(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중심도시) 폭격을 구경하며 “브라보!”라 외치는 이스라엘인들의 비정함을 개탄한 <아, 이런 시는 제발 그만 쓰고 싶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과 그에 굴하지 않고 자유와 해방을 이뤄낸 리비아 시민들의 투쟁을 다룬 <2011년 2월 24일, 리비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현장에서 “두 대의 경찰 살수차를 온몸으로 막아낸 30대 ‘유모차맘’”에 관한 <한겨레21>의 기사를 인용한 <직진> 등도 같은 계열의 작품들이다.
이처럼 국내외의 숨가쁜 격동의 현장을 시에 담는 한편 시인은 고향과 청년기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독자를 데려가기도 한다. “평생을 저 앞들에 엎드려 일하시다” 죽어서는 “동네 뒷산 야트막한 가래뜸”에 사이좋게 누워 “저세상을 새로 살고 계시”는 “흥대댁 논실댁 곡성댁 새터댁 냇가물댁”을 노래한 <저세상>, 스승 미당의 선술집 ‘수업’ 장면을 회고한 <시론>,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을 때 손님에게 예의를 지키라며 소주를 청했던 김지하 시인의 일화(<소주 한잔>) 등이 그것들이다.
어느새 이순을 넘기고 생의 저물녘을 걷고 있는 시인이 고요와 고독 속에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시편들 역시 시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누군가 내 생을 다 살아버렸다는 느낌! 그런데 그 누군가는 누구이며, 과연 나에게 생 같은 것이 있기는 있었을까? 잘 구르지 않는 수레에 시커먼 연탄 같은 것을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죽어라 밀고 왔다는 느낌뿐. 그런데 코밑에 연탄가루 잔뜩 묻은 그것을 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싸락눈 내리는 저녁> 부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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