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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갈대를 움켜쥔 참게 그림
숨은 뜻은 ‘장원급제 기원’

등록 2012-02-24 20:34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화훼영모·사군자화> 백인산 지음/다섯수레·1만6800원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화훼영모·사군자화> 백인산 지음/다섯수레·1만6800원
[토요판]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화훼영모·사군자화>
선사시대 사람들도 암각화에 새를 그렸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요즘 사람들도 한지나 도화지에 새를 그린다. 사실 자연 그 자체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이 빚어내는 예술의 영원하고도 공통적인 주제다. 그중에서도 동물과 식물은 인간이 늘 즐겨 그려온 가장 고전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옛 그림을 소개하는 시리즈 첫 책인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는 ‘화훼영모’와 ‘사군자’라는 주요 소재들을 중심으로 우리 전통 미술 세계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화훼(花卉)는 꽃과 풀, 영모(翎毛)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키고, 사군자(四君子)는 선비의 기상을 닮은 나무인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가리킨다. 조선 초기 화원 선발 시험에서는 대나무가 1등, 산수화가 2등, 영모가 3등, 화훼와 초충(풀과 벌레)이 4등으로 배점됐을 정도로 우리 전통 미술에서 화훼영모와 사군자는 산수와 풍경 못지않게 친숙하고 중요한 소재였다.

지은이인 백인산 간송미술관 상임 연구위원은 화훼영모와 사군자를 소재로 한 옛 그림들을 하나씩 보여주고, 그림에 담긴 작가의 정신과 그림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화훼영모화는 22점을, 사군자화는 30점을 꼽았다. 오늘날에도 친숙한 소재인데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함께 엮여 있으니, 평소에는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쳤던 그림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온다.

김홍도의 <해탐노화>
김홍도의 <해탐노화>
김홍도의 <해탐노화>는 갈대를 움켜쥔 참게 두 마리를 그린 그림이다.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과거에 급제하면 임금이 술과 고기를 내렸는데, 고기를 뜻하는 한자와 갈대를 뜻하는 한자의 중국어 발음이 같다. 게의 껍질을 뜻하는 ‘갑’(甲)은 과거 시험에서 장원을 뜻한다. 곧 이 그림은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뜻을 담은 그림이라는 것.

김홍도의 ‘해탐노화’ 등
화훼영모·사군자 그림 소개
선비 정신과 이야기 곁들여

조속의 <고매서작>
조속의 <고매서작>
명예와 이익을 마다하고 평생을 시와 그림으로 보낸 창강 조속은 <고매서작>을 그렸다. 매화가지 위에 반듯하게 꼬리를 내리고 먼 곳을 응시하는 까치는, 문학과 예술을 벗삼아 자유인으로 살았던 조속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주로 묵을 써서 담백하게 그려내는 사군자화에는 조선 선비들의 성리학적 정신세계가 더욱 강하게 깃들어 있다. 조선 최고의 묵죽 화가로 꼽히는 이정은 임진왜란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극복해야 했던 시대를 살았다.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도 탄력있게 그에 맞서는 대나무를 그린 그의 작품 <풍죽>에는 이런 시대적 정신이 잘 녹아들어 있다.


난 그림의 태두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난 그림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칭찬했고, 대원군의 실권으로 정치적 실력자가 됐던 민영익은 대원군 못지않은 실력으로 조선 최후의 묵란 대가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명문가의 서출로서 한평생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강직하게 살다 외롭게 세상을 떠난 이인상은 처연하지만 고고한 병든 국화의 모습을 그린 <병국도>를 남겼다.

큰 도판과 쉬우면서도 길지 않은 설명으로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듯 ‘그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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