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인(39)씨
일본서 학위받은 박수인씨
만화는 다양한 대중문화 장르들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그 생명력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매체로 꼽힌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환경을 만나면서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낳았다. 마치 90년대의 영화처럼, 이제 웹툰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만화는 여전히 진지한 학문적 연구대상이기보다는 산업 또는 유희의 도구로만 취급받기 일쑤다.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폭력적인 불량 만화 때문’이라며 원인 제공자로 꼽히는 것도 그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만화의 왕국’ 일본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교토세이카대학은 ‘스토리만화’ 분야에서 처음으로 박사학위 수여자를 배출했다. ‘달나무’란 이름으로 웹툰 만화가로 활동해온 박수인(39·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박씨는 ‘한국 에세이툰 연구-21세기의 새로운 만화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유학생활 6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4일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만난 박씨는 “만화 전공자로서는 처음으로 학문적인 성과를 인정받은 것에 대해 스스로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웹툰을 주제로 논문 써
“댓글·펌질이 참여·교류 강화”
“아직도 하위문화 취급” 비판
만화+콘서트 접목 계속 실험 교토세이카대학은 2000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화학과를 독립적인 학과로 개설했고, 이후 석·박사 과정을 설치해 학문으로서 만화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현재 카툰, 스토리만화, 애니메이션, 프로듀스 등으로 세부 전공이 나뉘어 있는데, 박씨가 전공한 분야는 스토리만화다. 주로 신문에 실리고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도 주된 연구 대상이 되었던 카툰과 달리, 잡지나 단행본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만화는 대중적으로는 가장 친숙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최근에야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볼 수 있다. 이런 신생 분야여서 박사학위를 수료해도 제대로 된 논문을 써내기 힘들어 그동안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국내 첫 만화가 출신 박사이자, 처음으로 스토리만화를 전공한 박사라 할 수 있다. 그는 “일본과 다른 한국 만화계에서 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남다른 고민을 심어줬고, 논문에도 이런 고민이 반영돼 학위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한다. 그가 쓴 논문의 주제는 웹툰(일본에서는 ‘에세이툰’)을 만화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을 논증하는 것. 여전히 종이매체가 주류인 일본에서는 한국의 웹툰을 과연 만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시한다고 한다. 웹툰에서는 만화라는 장르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표현적 특성, 곧 종이나 칸 나누기, 흑백 작화 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박씨는 그런 표현적 관점이 아니라 미디어적 관점으로 만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대본소 시절에도, 잡지 시절에도 만화는 언제나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참여와 교류’가 활발한 매체였습니다.” 만화 잡지에 늘 빠짐없이 실렸던 독자투고와 패러디 만화, 스스로 만들어낸 창작물을 공유하는 ‘동인지’ 활동 등 만화는 일방적인 작품의 전달이 아니라 늘 독자들의 참여와 교류를 전제하는 속성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다른 장르에 견줘 대중들한테 더 친숙하고 친근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것. 웹툰의 경우 표현적으로는 기존 스토리만화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댓글과 펌질, 게시판 배포 등 ‘참여와 교류’를 더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만화 고유의 정체성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기본적인 논리다.
박씨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화 전시가 열릴 정도로 만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세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며 “여전히 낮은 수준의 서브컬처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독자들의 참여와 교류로 이뤄지는 매체이니만큼 학문적으로 연구할 것들도 그 속에 무궁무진한데, 지금처럼 산업적·유희적인 접근만 해서는 그런 연구를 펼 수 없다는 답답함이다. 얼마 전 만화를 극장에 모여 영화처럼 볼 수 있도록 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는 박씨는 “앞으로도 작가이자 연구가로서 실험적인 길을 계속 개척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시사만화가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박씨가 스토리만화 분야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박사논문에 뜻깊은 문제의식을 담았기 때문에 더 반갑다”고 평가했다. 그는 “멀티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시대에,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바로바로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서 만화라는 매체의 중요성을 지적해줬다”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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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하위문화 취급” 비판
만화+콘서트 접목 계속 실험 교토세이카대학은 2000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화학과를 독립적인 학과로 개설했고, 이후 석·박사 과정을 설치해 학문으로서 만화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현재 카툰, 스토리만화, 애니메이션, 프로듀스 등으로 세부 전공이 나뉘어 있는데, 박씨가 전공한 분야는 스토리만화다. 주로 신문에 실리고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도 주된 연구 대상이 되었던 카툰과 달리, 잡지나 단행본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만화는 대중적으로는 가장 친숙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최근에야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볼 수 있다. 이런 신생 분야여서 박사학위를 수료해도 제대로 된 논문을 써내기 힘들어 그동안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국내 첫 만화가 출신 박사이자, 처음으로 스토리만화를 전공한 박사라 할 수 있다. 그는 “일본과 다른 한국 만화계에서 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남다른 고민을 심어줬고, 논문에도 이런 고민이 반영돼 학위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한다. 그가 쓴 논문의 주제는 웹툰(일본에서는 ‘에세이툰’)을 만화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을 논증하는 것. 여전히 종이매체가 주류인 일본에서는 한국의 웹툰을 과연 만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시한다고 한다. 웹툰에서는 만화라는 장르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표현적 특성, 곧 종이나 칸 나누기, 흑백 작화 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박씨는 그런 표현적 관점이 아니라 미디어적 관점으로 만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대본소 시절에도, 잡지 시절에도 만화는 언제나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참여와 교류’가 활발한 매체였습니다.” 만화 잡지에 늘 빠짐없이 실렸던 독자투고와 패러디 만화, 스스로 만들어낸 창작물을 공유하는 ‘동인지’ 활동 등 만화는 일방적인 작품의 전달이 아니라 늘 독자들의 참여와 교류를 전제하는 속성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다른 장르에 견줘 대중들한테 더 친숙하고 친근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것. 웹툰의 경우 표현적으로는 기존 스토리만화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댓글과 펌질, 게시판 배포 등 ‘참여와 교류’를 더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만화 고유의 정체성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기본적인 논리다.
한국 웹툰 초창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스노우캣>(왼쪽)과 <마린블루스>(오른쪽). 만화가 박수인씨는 2000년대 들어 등장한 한국의 웹툰은 기존 만화의 형식적 특성을 파괴하는 대신, 만화 고유의 정체성인 ‘참여와 교류’를 더욱 확장시켰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스토리만화’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사만화가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박씨가 스토리만화 분야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박사논문에 뜻깊은 문제의식을 담았기 때문에 더 반갑다”고 평가했다. 그는 “멀티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시대에,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바로바로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서 만화라는 매체의 중요성을 지적해줬다”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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