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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삼국지·수호전 읽지 마…지옥을 볼터이니

등록 2012-04-13 20:42

<삼국지>를 소재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삼국지>와 <수호전>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도 없이 되풀이하여 다뤄진 중국의 대표적 고전이지만, 류짜이푸는 <쌍전>을 통해 “‘마음의 지옥’을 만드는 책”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삼국지>를 소재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삼국지>와 <수호전>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도 없이 되풀이하여 다뤄진 중국의 대표적 고전이지만, 류짜이푸는 <쌍전>을 통해 “‘마음의 지옥’을 만드는 책”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대표 인문학자 류짜이푸
권모술수와 폭력으로 얼룩진
두 소설 속 비인간적 문화비판
<쌍전-삼국지와 수호전은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 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쌍전-삼국지와 수호전은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 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쌍전-삼국지와 수호전은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 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중국에서 전해지는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어려서는 <수호전>을 보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보지 마라.”

<수호전>과 <삼국지>는 <홍루몽> <서유기>와 함께 ‘4대 경전’이라 불릴 정도로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위대한 소설로 꼽힌다. 또 루쉰이 “<삼국지>의 분위기와 <수호전>의 분위기가 사회에 남아 있다”고 했을 정도로 아직까지 중국인들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왜 ‘보지 말라’는 말이 전해지게 됐을까?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이자 현대 중국의 대표적 인문학자로 꼽히는 류짜이푸는 흔히 ‘쌍전’이라 불리는 <수호전>과 <삼국지>가 “‘인간 마음의 지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보지 말라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쌍전>을 통해 중국에서 마냥 고전으로 떠받들어져 온 이 두 소설에 대해 본격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5·4 신문화운동 때 공자가 아니라 <수호전>과 <삼국지>를 주요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할 정도로 그의 비판은 신랄하다.

지은이가 두 소설을 비판하는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 ‘비인간적인 문화’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는 한 민족의 문화에 대해 ‘원형(原形) 문화’와 ‘위형(僞形) 문화’를 구분해 따져볼 것을 제안한다. “원형 문화란 한 민족의 참다운 본연의 문화지만, 위형 문화는 본연의 형태가 변하고 성질이 바뀐 문화”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수호전>과 <삼국지>는 원형 문화가 아닌, 위형 문화에 속한다고 한다. 왜 그런가? 전체 중국 문화의 원형으로 꼽을 수 있는 <산해경>에 담겨 있는 정신은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수호전>과 <삼국지>는 폭력과 권모술수를 숭배하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문화를 담기 때문에 위형 문화라는 것이다.

탐관오리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수호전>의 주인공들은 영웅으로 대접받아왔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속에서 ‘반란은 어떤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와 ‘욕망은 죄악이다’라는 논리가 숨어 있어, 읽는 사람에게 마음의 지옥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흑선풍 이규는 동료를 포섭하기 위해 도끼로 갓난아이를 쳐죽이고, 장청과 손이랑은 인육 만두를 먹고 판다. 무송과 이규 등은 살육 행위 자체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또 이들은 욕망 자체를 죄악으로 여기며, 특히 여성에 대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이규가 단지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녀의 목을 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국지>는 또 어떤가? 지은이는 온갖 권모술수를 집대성한 <삼국지>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수호전>보다도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권모술수의 문제는 그것이 사회 공중의 이익을 따지는 ‘제도’를 우습게 보고, 극단적으로 사심(私心)을 추구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누가 최대한 잘 위장하고 기만해서 남을 속여넘기는지를 겨룬다. 유비는 유교적인 방법으로, 조조는 법가적인 방법으로, 사마의는 음양술적인 방법으로 각자의 권모술수를 펼친다. 이 가운데 권력이라는 목적만이 강조될 뿐 그 밖에 어떤 가치도 들어설 자리가 없고, 중국의 원형 문화는 여기에 이끌려 변질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장 강조되는 ‘의리’란 가치는 형제 관계 등 소집단에 충실한 사사로운 의리로만 변질되어 보편적인 ‘책임윤리’는 아예 외면받는다고 비판한다. 제갈량의 지혜 역시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지혜가 아닌, 권모술수를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속으로까지 끌어들인 가짜 지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여성은 <수호전>에서처럼 ‘물건’이 되어 권모술수의 도구로 이용당한다.

지은이의 논의를 압축해보면, “<수호전>은 암흑적인 수단(폭력)의 집대성이고, <삼국지>는 권모술수·음모·교활한 심보의 집대성”이다. 두 소설은 공통적으로 ‘집단 바깥에 속한 사람, 여자, 아이 등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것은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중국의 원형 문화가 변질된 위형 문화라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 두 소설이 “진정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통치해왔다”는 사실에 있다. 중국에서는 마르크스주의마저도 <수호전>의 기본 사상이었던 ‘반역은 어떤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차례의 정치운동에서 등장한 폭력과 권모술수, 음모도 쌍전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곧 쌍전 자체가 중국 민족의 “집단적인 무의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은이는 현재 중국의 문화와 국민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당신들이 이 두 권의 ‘위대한 고전 명저’에 심취해 있을 때,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를 대신하여 <홍루몽>과 <서유기>로부터 중국의 원형 문화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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