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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적 태반’ 어머니, 그리고 가족

등록 2012-04-22 20:05수정 2012-04-23 16:52

이정록 산문집 ‘시인의 서랍’
이정록(48·사진) 시인이 첫 산문집 <시인의 서랍>(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 등 가족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시와 문학에 관한 생각이 담겼다.

“세상 모든 말의 뿌리는 모어(母語)다. 모어의 대궁을 타고 꽃이 피고 슬픔도 주렁주렁 열매 맺는다. 눈물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1989년 등단 이후 23년. 시집 여섯 권과 동화, 동시집을 낸 이정록 시인의 문학적 태반이 어머니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라는 ‘출세작’ <의자> 역시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은 것이었다. 시인을 낳고 길러 세상에 내놓은 어머니의 ‘내공’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그늘 농사론’이 대표적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혼자 텃밭 농사를 경영하면서 동네 청년회장한테서 농사 천재라는 별호까지 얻은 어머니에게 시인이 비법을 묻자 어머니가 대답한다. “뭐 있겄냐? 그늘을 잘 다루는 거지.” 어머니의 그늘론은 농사를 넘어 인생사로 확장된다. “인생 농사도 그늘 농사라고 혔지. 아내 그늘, 자식 그늘, 지 가슴속 그늘! 그 그늘을 잘 경작혀야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 말이여.”

이밖에도 간경화와 설암이 겹쳐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가 말년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에 새겼던 유언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야 처음으로 취한 아버지를 업고 산을 넘었던 추억, 그리고 장남인 시인을 위해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누나의 보라색 코트에 얽힌 이야기 등이 아련하게 회고된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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