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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산만한 나, 만화 그릴땐 궁뎅이 질겨”

등록 2012-05-17 20:13

‘맹꽁이 서당’ 연재 30년 윤승운씨
‘맹꽁이 서당’ 연재 30년 윤승운씨
‘맹꽁이 서당’ 연재 30년 윤승운씨
역사 옛날이야기 들려주려고
한학 7년·역사책 3천권 섭렵
“만화는 어린이것” 평생 바쳐

일찌감치 온나라 어린이들이 이름을 아는 유명 만화가가 되었지만 그는 언제나 “만화는 안 그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만화로는 어차피 실패할 테니 학교에서 배운 낙농기술을 살려 소나 키우며 살자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마흔 살이 됐을 때 그 꿈을 포기했다. 소도 키우고 만화도 그리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낙농가의 꿈을 버린 대신 그에겐 평생 먹여 살려주게 된 ‘또 다른 소’가 생겼다. 1982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 <맹꽁이 서당>(그림)이었다.

만화가 윤승운(69·순천대 석좌교수·위 사진)의 <맹꽁이 서당>이 올해 연재 30돌을 맞았다. 길창덕·신문수·박수동 등과 함께 한국 명랑만화를 대표하는 윤씨의 대표작이다. 지금은 사라진 만화잡지 <보물섬> 창간호과 함께 시작한 <맹꽁이 서당>은 지난해까지 연재를 이어오며 만화로선 드문 스테디셀러가 됐다. 우리나라 역사 속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부모가 되어 다시 자녀들에게 이 만화를 사주고 있는 것이다. <맹꽁이 서당>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두 30여종이 나와 해마다 10만부 이상 팔린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라진 요즘, 윤 화백은 가히 ‘국민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 보기엔 그저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과 이야기 솜씨 덕분으로 보이겠지만, 그가 이 작품에 들인 노력은 실로 치열했다. 옛이야기를 다루니까 한문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7년 넘게 한학을 공부했고, 그동안 사들인 역사책만 3000권이 넘는다. 소설가 최인호씨가 그의 만화에 나오는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일화를 보고 소설 <상도>를 쓸 때 자료를 얻으러 왔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 노만화가를 지난 8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올해는 그가 데뷔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최근 <맹꽁이 서당-고사성어>(웅진주니어)를 펴내셨습니다. 이 만화가 이렇게 오래 사랑받을 줄 예상은 하셨나요?

“전혀 아니었어요. 만화잡지 <보물섬>이 창간하면서 ‘왜 매번 명랑물만 하냐, 역사물 한번 그려보자’고 제안을 해왔어요. 그래서 그려 갔는데 ‘좀 아닌 것 같다’고 퇴짜를 맞았습니다(웃음). 보편적인 만화로 해보라고 다시 권해서 서당 훈장님이 옛날이야기 들려주는 명랑 캐릭터 만화로 설정한 게 <맹꽁이 서당>이에요. 한 몇 년 연재하고 말겠거니 했는데, 운이 좋았던 거죠.”

-맹꽁이 서당이란 이름이 재미있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간 듯합니다.

“만화 속 서당 이름이 ‘공맹 서당’이에요. 맹자와 공자를 합친 이름이죠. 그걸 아이들이 ‘맹꽁맹꽁’ 하고 장난삼아 부르는 것으로 이름을 정한 겁니다. 나중에 한학 배우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로 예전 서당은 아이들이 와글와글해서 맹꽁이가 울어대듯 소리가 났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연재를 할 계획이죠?

“책을 계속 읽어야 그릴 수 있는데 매일 책 읽는 게 사실 아주 힘들어요. 항아리는 새는데 물을 넣어야 하고…, 이젠 연재해 달라는 데도 없고(웃음). 개인적으로는 동양 고전을 가르쳐주는 만화를 새롭게 해보고 싶은데, 나이도 있으니 아마 못할 것 같아요.”

-유독 어린이 만화만 평생 그렸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지금도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도 애들 같잖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장난기가 많고, 산만했어요. 지금도 산만하고. 저는 아이들이 산만한 게 더 좋아요. 애들이 그러고 자라야지.”

-산만하다고 하시지만 정말 꾸준하게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이상하게 만화를 그릴 때는 궁뎅이가 질겨져서 집중이 되고 기억력이 살아나요(웃음). 한 달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고 그린 적도 있었어요.”

-<맹꽁이 서당>을 보면 아이들은 마당쇠니 하는 이름이 있는데, 훈장 선생님은 이름도 안 나오는 베일에 싸인 존재 같습니다.

“훈장님 이름을 밝힌 적이 없어요. 원래 벼슬길 나섰다가 공직을 버리고 물러나 아이들 가르치면서 초야에 묻힌 양반으로 설정했는데, 어쩌다보니 밝히질 못했죠. 이젠 끝났지뭐(웃음).”

-고 길창덕 선생을 “영원한 스승”이라고 하시는데,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사실 선생님 밑에서 직접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은 아니에요.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정말 유치찬란한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선생님이 답장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 만나뵙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병아리가 처음 나와 본 것을 엄마로 여기듯이 저는 길창덕 만화를 보고 만화를 시작한 거니까 평생 길 선생님 아류예요.”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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