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연애’ 낸 배우 김여진
에세이집 ‘연애’ 낸 배우 김여진
운동·연기자 삶 솔직하게 녹여
연애 감정으로 털어놓은 이야기
“지금이 제인생 극적반전 아닌지” 배우 김여진씨가 최근 책을 냈다. 마음먹고 쓴 첫 책 <연애>(클 펴냄)는 단문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가볍지 않은 메시지들을 담아낸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학생 시절 대자보 쓰면서 익힌 솜씨 아니냐고 했더니 “글 쓰는 게 쉽지 않더라, 어렵더라”면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도 운동권 말투, 어투가 몹시 싫었다. 운동권 문건을 쓸 때도 나는 구어체로 될수록 아주 편하게 썼다.” 김씨는 “솔직하게 쓰려 했으나 쓰다 보니 결국 자기자랑이 된 게 아닌지, 민망하다”고 했다. “연애할 땐 처음에 누구나 자기 얘기들을 많이 털어놓는데, 그런 연애하는 마음쯤으로 읽어 달라”는 말이었다.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원 장기농성, 김진숙씨가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 한진중공업, 쌍용차 사태와 ‘희망버스’ 등 지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을 거치며 김씨는 나이 40이 다 돼 그 주역의 한 사람으로 ‘운동’ 현장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연극이나 공연엔 언제나 극적인 반전이 있다. 지금이 그런 국면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 자체를 한 편의 드라마로 인식하는 듯한 어투다. 책에는 이 반전이 그저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어느날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고 인생진로를 바꾼 뒤 인도의 불가촉천민촌까지 찾아간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더듬어 온 여정 모두가 그런 것 같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안 그랬으면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다. 배우는 감정을 쓰는 직업이라 스트레스가 많다. 신경이 늘 칼처럼 예민하게 벼려져 있고 기복도 심하다. 많은 연예인들이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일부는 도박이나 쇼핑중독에 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도 한때 쇼핑에 빠진 적이 있다.” 대학 시절 철거민촌에서 농성하고 최루탄과 전투경찰의 폭력이 난무하는 살풍경 속에 며칠씩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하던 김씨는 어느날 “되지도 않는 이유들과 자기합리화를 갖다 붙여 너덜너덜하게” 늘어놓으며 운동권을 떠났다. “정말 힘들어서 관뒀다. 혼자 있고 싶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로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씨는 그때 운동을 계속했다면 몇 년 더 버텼겠지만 결국 그만뒀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면 아마 후유증이 심했을 것이다. 그 짧은 경험을 앞세워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다는 죄책감까지 덜어내 버린 나는 정반대의 길로 갔을 지도 모른다.” 그가 신조로 삼는 것은 배우활동이든 운동이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안 된다”는 것, “뭐든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신나고 재미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그게 김여진의 진정성의 토대일지 모른다. ‘날라리 외부세력’을 자처하며 그와 그의 ‘트친’들이 구호 대신 기타를 들고 세상을 바꾼 힘은 거기서 나왔다. 그렇게 “어깨에 들어간 힘 빼고 우리 방식대로 부담감 없이” 달려가 일궈낸 “연대의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고 털어놓았다. 4대강 개발 때부터 시작된 자신의 사회적 발언에 뒤따르는 비판 등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하자 “언제든 터지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 내가 야심을 갖고 있다면 그걸 무서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현실은 힘들다. <문화방송>이 그의 출연을 막는 등 일거리 얻는 데 많이 불리하고 피디인 남편 처지도 더 어려워졌단다. 하지만 “태어난 지 100일이 갓 지난 아기 때문에 어차피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됐으니 별로 체감하진 못하겠다”고 태평스레 말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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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으로 털어놓은 이야기
“지금이 제인생 극적반전 아닌지” 배우 김여진씨가 최근 책을 냈다. 마음먹고 쓴 첫 책 <연애>(클 펴냄)는 단문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가볍지 않은 메시지들을 담아낸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학생 시절 대자보 쓰면서 익힌 솜씨 아니냐고 했더니 “글 쓰는 게 쉽지 않더라, 어렵더라”면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도 운동권 말투, 어투가 몹시 싫었다. 운동권 문건을 쓸 때도 나는 구어체로 될수록 아주 편하게 썼다.” 김씨는 “솔직하게 쓰려 했으나 쓰다 보니 결국 자기자랑이 된 게 아닌지, 민망하다”고 했다. “연애할 땐 처음에 누구나 자기 얘기들을 많이 털어놓는데, 그런 연애하는 마음쯤으로 읽어 달라”는 말이었다.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원 장기농성, 김진숙씨가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 한진중공업, 쌍용차 사태와 ‘희망버스’ 등 지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을 거치며 김씨는 나이 40이 다 돼 그 주역의 한 사람으로 ‘운동’ 현장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연극이나 공연엔 언제나 극적인 반전이 있다. 지금이 그런 국면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 자체를 한 편의 드라마로 인식하는 듯한 어투다. 책에는 이 반전이 그저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어느날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고 인생진로를 바꾼 뒤 인도의 불가촉천민촌까지 찾아간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더듬어 온 여정 모두가 그런 것 같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안 그랬으면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다. 배우는 감정을 쓰는 직업이라 스트레스가 많다. 신경이 늘 칼처럼 예민하게 벼려져 있고 기복도 심하다. 많은 연예인들이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일부는 도박이나 쇼핑중독에 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도 한때 쇼핑에 빠진 적이 있다.” 대학 시절 철거민촌에서 농성하고 최루탄과 전투경찰의 폭력이 난무하는 살풍경 속에 며칠씩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하던 김씨는 어느날 “되지도 않는 이유들과 자기합리화를 갖다 붙여 너덜너덜하게” 늘어놓으며 운동권을 떠났다. “정말 힘들어서 관뒀다. 혼자 있고 싶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로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씨는 그때 운동을 계속했다면 몇 년 더 버텼겠지만 결국 그만뒀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면 아마 후유증이 심했을 것이다. 그 짧은 경험을 앞세워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다는 죄책감까지 덜어내 버린 나는 정반대의 길로 갔을 지도 모른다.” 그가 신조로 삼는 것은 배우활동이든 운동이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안 된다”는 것, “뭐든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신나고 재미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그게 김여진의 진정성의 토대일지 모른다. ‘날라리 외부세력’을 자처하며 그와 그의 ‘트친’들이 구호 대신 기타를 들고 세상을 바꾼 힘은 거기서 나왔다. 그렇게 “어깨에 들어간 힘 빼고 우리 방식대로 부담감 없이” 달려가 일궈낸 “연대의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고 털어놓았다. 4대강 개발 때부터 시작된 자신의 사회적 발언에 뒤따르는 비판 등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하자 “언제든 터지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 내가 야심을 갖고 있다면 그걸 무서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현실은 힘들다. <문화방송>이 그의 출연을 막는 등 일거리 얻는 데 많이 불리하고 피디인 남편 처지도 더 어려워졌단다. 하지만 “태어난 지 100일이 갓 지난 아기 때문에 어차피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됐으니 별로 체감하진 못하겠다”고 태평스레 말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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