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묶여있던 작가 고료
‘문학동네’ 20~50% 인상 결정
창비도 “고려중”…작가들 환영
정가인상으로 이어질지 촉각
‘문학동네’ 20~50% 인상 결정
창비도 “고려중”…작가들 환영
정가인상으로 이어질지 촉각
1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문학잡지 원고료가 들썩이고 있다. 일부 잡지들이 원고료 인상을 결정하거나 적극 검토하면서 담합에 가깝게 유지되어 오던 원고료 상한선이 무너지고 잡지들 사이에 고료 인상 경쟁이 펼쳐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주요 문학 계간지들의 고료는 같은 수준이다. 시는 편당 10만원, 단편소설은 편당 120만원이고 평론과 산문은 200자 원고지 한 장당 1만원씩이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세계의 문학> <문학동네> <문예중앙> <자음과 모음> 등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일하다. 월간지인 <현대문학>은 시 편당 7만원, 단편소설 편당 80만원, 연재소설은 원고지 한 장당 1만원, 산문은 장당 5천원으로 이 계간지들보다 조금 박하다. 계간지들은 필요할 때마다 비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원고료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신생 잡지는 기존 잡지들의 고료 수준을 참조해서 고료를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지금의 원고료 ‘질서’에 균열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고료 인상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문학동네>. 이 잡지는 지난달 발행된 여름호부터 시 고료를 편당 15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가을호부터는 단편소설 편당 150만원, 기타 산문은 원고지 장당 1만2천원으로 20~50% 올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문학동네> 발행인인 강태형 대표는 “지금의 고료는 2003년 봄호부터 적용돼 온 것이라서 조정할 필요를 느껴 왔다”며 “다른 잡지들도 고료 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의 고료 인상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잡지와 비슷한 무렵부터 지금의 고료를 적용해 온 <창작과 비평>이다. <창작과 비평>을 발행하는 출판사 창비의 염종선 편집부장은 “문학잡지의 판매 수입만으로는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단행본 쪽 매출 이익을 잡지로 돌리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지난 10년 사이의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서 <창작과 비평> 역시 고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학과 사회>를 발행하는 문학과지성사의 이근혜 편집부장도 “문학잡지를 내는 출판사들 사이에 고료와 광고료, 잡지 정가 등에 관해 이런저런 형태의 ‘교감’을 주고받아 온 게 사실인 만큼 한두 잡지의 고료 인상 결정은 다른 잡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렇지만 어디나 할 것 없이 잡지 사정이 어려운 만큼 인상 결정을 곧바로 내릴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고료 인상이 잡지 정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요 계간 문예지 정가는 1만5천원 선. <자음과 모음>만 1만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정은영 <자음과 모음> 주간은 “잡지는 물론 문학 단행본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고료를 올리게 되면 잡지 정가 역시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미영 <세계의 문학> 편집부장도 “고료 인상은 길든 짧든 결국 잡지 정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작가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학동네> 여름호에 시 두 편을 발표하고 고료 30만원을 받은 조용미 시인은 “시인들의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푼돈’을 원고료라며 주는 잡지들도 적잖은 가운데 <문학동네>의 고료 인상 결정은 가뭄에 단비 격”이라며 반가워했다. 반면 전업작가인 소설가 김중혁은 “문학잡지 운영이 어렵다는 걸 뻔히 아는 처지에 무턱대고 고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며 “그보다는 신인들의 발표 지면이 확대되고 적정한 고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요 문예지들이 같은 수준의 고료를 유지해 온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던 만큼 <문학동네>의 고료 인상 결정은 다른 잡지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가 먼저 치고 나간 고료 경쟁에 다른 잡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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