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균 나쁜 균>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지음, 김정은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좋은 균 나쁜 균>
인류와 공생관계 세균 많아
“함께 살면 더 강력한 방어막”
인류와 공생관계 세균 많아
“함께 살면 더 강력한 방어막”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세균과는 차원이 다른 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인 감기에 걸려도 세균 감염에 써야 하는 항생제를 찾는 사람들이 들으면 경악할 이야기다. 항생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써도 세균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과거 항생제가 없었던 1930년대 이전처럼 페스트·장티푸스 등 각종 세균 감염병에 인류는 또 무차별적으로 쓰러져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질문은 벌써 수십년 전에 나온 이야기다. 항생제를 써도 이를 이겨내는 이른바 ‘내성’이 있는 세균의 출현을 보면서 이미 의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보통 세균은 100만마리에 1마리꼴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한다. 감염병을 일으킬 때 수억마리에서 수십억마리가 번식할 때 그 가운데 수백~수천마리 세균은 돌연변이로 태어나며, 만약 이 돌연변이가 항생제를 피해가거나 이겨낼 수 있다면 항생제를 써도 번식을 해 주류가 되는 것이다. 세균과 인류의 전쟁은 세균의 돌연변이 속도와 인류의 항생제 개발 속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냐로 요약된다. 많은 의학자들은 세균의 돌연변이 속도를 인류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인류가 꼭 세균과 전쟁을 해야 하는가?’이다. 인류는 세균을 죽일 항생제를 만들고, 세균은 이를 피해가거나 이겨낼 수 있는 내성균이 살아남는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무언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모든 세균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에는 인류와 충분히 공생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인류를 해칠 나쁜 세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장에 살고 있는 대장균이나 평소 피부에 사는 세균들은 처음 인류와 만날 때에는 전쟁을 벌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공생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다른 세균이 서식해 숙주인 인류를 공격하려 할 때, 오히려 이 대장균 등이 다른 세균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과 같은 세균들도 좋은 예이다. 이 때문에 ‘세균을 99.9% 제거한다는 비누 등 생활용품을 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세균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면서 세균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좋은 균 나쁜 균>은 인류가 세균을 상대로 벌인 전쟁의 폐해를 소개하면서 이제는 좋은 세균, 더 나아가 세균 자체와의 공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실 인류는 항생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손 씻기 등 위생습관과 상하수도 시설 등 공중위생 덕분에 나쁜 세균을 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여기에 더해 나쁜 세균이 침투할 수 없도록 인류가 좋은 세균과 함께 산다면 더욱 강력한 방어막을 갖출 수 있다고 제안한다.
세균에 대한 통설을 뒤집는 이 책에는 너무나도 많은 세균과 어려운 의학 용어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굳이 다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는 없다. 세균에 대한 관점을 바꾸자는 맥락만 잃지 않으면 재미있는 의학 상식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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