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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휴간 공식선언한 ‘당대비평’ 김보경 상임편집위원

등록 2005-08-05 16:56수정 2005-08-05 17:00

“일반 독자 눈높이 맞춘 시의성 부족했다”
인문사회비평지 계간 <당대비평>이 휴간을 공식선언했다. <당대비평> 편집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년간 발행처였던 도서출판 ‘생각의나무’가 발간 지원을 포기하면서, 잠정 휴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자수 급감에 따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생긴 일이다. 한국에서 인문사회과학 잡지를 내는 일의 고단함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출판사 추진
2006년 가을호 반드시 복간

1997년 가을, 문부식·조세희 등의 주도로 탄생한 <당대비평>은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에 대한 비판으로 전통적인 좌·우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사회 논쟁의 지평 확대에 나름의 기여를 했다. 특히 ‘우리안의 파시즘’ 논의를 통해 진보 진영 내부를 향한 비판을 수행하기도 했다. 재정문제로 이미 세차례나 출판사를 옮겨다녔던 <당대비평>은 이제 경영과 이념의 경계를 허무는 또다른 과제 앞에 서있다. “내년 가을호에는 반드시 복간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김보경 <당대비평> 상임편집위원(사진)과 인터뷰했다.

­인문사회계간지 가운데는 판매부수가 많은 것으로 알았는데.

=서점판매분이 4천~5천부에 이른 99년 이후 판매부수가 줄어들어 2003년 이후 2천부 아래로 내려갔다. 정기 구독자까지 함께 감소했다.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3천부 정도가 팔려야 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인문사회도서 시장 자체가 줄었다. 언론에서 크게 조명받는 책도 3천부 정도 팔리면 ‘제 몫’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창작과비평> <역사비평> 등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인문사회·문학비평 계간지들이 1천부 수준을 오간다. <당대비평>의 경우, 대학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로부터 ‘안정적 독자층’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시의성 등을 갖추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편집위원들의 <조선일보> 기고 논란, 우리 안의 파시즘 논란 등이 <당대비평>을 부각시킨 계기인 동시에, 독자들의 비판을 확산시킨 계기가 된 것은 아닌가.


=그런 영향이 없지 않았다. 독자들이 <당대비평>으로부터 거리를 두게된 요인 중의 하나였다. ‘줄타기’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 대 보수’ ‘민주 대 반민주’라는 이분법에 대한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다만 <당대비평>이 말하는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지향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말하면서 이분법적 구도의 폐기를 말했어야 했는데, 이런 점이 부족해 논란에 휩싸였다. 복간하게 되면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질 것이다.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모든 편집위원들이 복간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새로운 편집위원을 영입할 계획도 있다. 독립적인 출판사를 만들 생각이다. 격월간 발간이나 온라인 매체 활용 등을 통해 일반 독자들과 접촉을 강화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흐른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디어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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