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부채인간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메디치·1만2000원 월가를 점거하자며 일어났던 ‘오큐파이’ 운동이 한 돌을 맞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 거리엔 한 젊은이가 “난 학비 대출금을 갚지 않을 테야!”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졸업 뒤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자 터져나온 절규였다. 빚에 허덕이는 건 개인만이 아니다. 가계·정부·금융기관 모두 부채를 떠안고 몸부림친다. 위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부채인간>을 쓴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우리치오 라자라토는 ‘부채의 억압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란 이 책의 부제처럼, 지은이는 사상가들에 대한 철학적 탐색을 통해 ‘부채인간’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자본주의 안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박탈당하는지를 그려낸다. 탐색은 “사람들 사이의 가장 오래되고도 원초적인 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라고 본 니체에게서 시작해, 마르크스, 들뢰즈, 가타리를 거쳐 “화폐의 출현은 소유권의 체제, 부채와 채무이행의 놀이에 대한 개입을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권력의 구성에 연결돼 있다”고 짚은 푸코에 이른다. 그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적 권리’를 ‘사회 부채’로 대체시키고, 다시 이를 사적 부채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며 “각종 복지기금의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들은 ‘권리를 가진 자’에서 국가부채를 갚아야 하는 ‘채무자’로 전락해버린다”고 간파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메디치·1만2000원 월가를 점거하자며 일어났던 ‘오큐파이’ 운동이 한 돌을 맞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 거리엔 한 젊은이가 “난 학비 대출금을 갚지 않을 테야!”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졸업 뒤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자 터져나온 절규였다. 빚에 허덕이는 건 개인만이 아니다. 가계·정부·금융기관 모두 부채를 떠안고 몸부림친다. 위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부채인간>을 쓴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우리치오 라자라토는 ‘부채의 억압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란 이 책의 부제처럼, 지은이는 사상가들에 대한 철학적 탐색을 통해 ‘부채인간’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자본주의 안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박탈당하는지를 그려낸다. 탐색은 “사람들 사이의 가장 오래되고도 원초적인 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라고 본 니체에게서 시작해, 마르크스, 들뢰즈, 가타리를 거쳐 “화폐의 출현은 소유권의 체제, 부채와 채무이행의 놀이에 대한 개입을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권력의 구성에 연결돼 있다”고 짚은 푸코에 이른다. 그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적 권리’를 ‘사회 부채’로 대체시키고, 다시 이를 사적 부채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며 “각종 복지기금의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들은 ‘권리를 가진 자’에서 국가부채를 갚아야 하는 ‘채무자’로 전락해버린다”고 간파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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