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경버스
김란주 글, 허구 그림/한겨레아이들·1만1000원
김란주 글, 허구 그림/한겨레아이들·1만1000원
‘아프리카 국경버스’는 아프리카 중동부 케냐에서 출발해, 대륙 남쪽 끝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향해 달린다. 케냐, 우간다, 콩고, 르완다 등의 나라들을 거쳐가는 국경버스를 타면 다양한 얼굴의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다. 국경버스를 운전하는 카이 아저씨의 친절한 가이드까지 곁들여서.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대륙으로 50개 넘는 나라들이 모여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이기도 해서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국경버스>는 카이 아저씨가 운전하는 낡은 국경버스에 독자들을 태우고 아프리카를 좀더 살갑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딱딱한 나열식 정보가 아닌,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아프리카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카이 아저씨는 야생동물의 천국 케냐에서 태어난 마사이족이다. 어린 시절 관광객들이 타는 열기구를 보면서 ‘나도 열기구를 타고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카이 아저씨는 국경버스 운전기사가 되면서 소원을 이뤘다. “짐바브웨에서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빅토리아 폭포도 봤고, 탄자니아의 새파란 해변 잔지바르에서 다이빙도 해봤다”는 그의 말에는 빼어난 자연을 품은 아프리카를 자랑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우간다에서는 음악과 춤으로 흥겨운 아프리카를 만나게 해주는 젬베 연주자 우두를 만난다. 통나무 속을 파내 울림통을 만들고 염소 가죽을 덮어씌운 아프리카 전통악기 젬베는 그 탁월한 소리와 리듬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나간다. 우간다에서 만난 또다른 소년은 축구선수가 꿈인 브라이언이다. 가난 때문에 맨발로 공을 차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브라이언은 우간다 어린이 축구팀 선수로 뽑혔다고 한다.
국경버스는 비참하고 슬픈 현실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0년 가까이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콩고에서 태어난 파트릭은 무차별 살상을 피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정든 고향을 떠난다. 카이 아저씨는 서양 사람들이 원주민을 노예로 팔았던 역사와 고달픈 식민지 시기, 식민 지배의 후유증에 따른 내전과 분쟁으로 대량 학살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현실 등을 말해준다. 가뭄과 굶주림, 에이즈·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에 시달리고, 세계적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빼먹는 동안 어린이까지도 먹고살기 위해 헐값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힘겨운 삶 등도 듣는다.
아프리카는 이제 새로운 미래를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고, 앞으로 우리와도 더 많은 교류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덜컹거리는 국경버스 여행은 그 새로운 미래에 설렘을 더해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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