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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레비-스트로스, 그 ‘지성의 빙산’ 을 캐다

등록 2005-08-07 17:47수정 2005-08-07 17:49

레비-스트로스, 그 ‘지성의 빙산’을 캐다
레비-스트로스, 그 ‘지성의 빙산’을 캐다
‘신화학1-날것과 익힌것’ 첫 번역 출간, 총 4권 예정…구조주의 본령에 도전
구조주의 이론을 개척한 프랑스 사상가 끌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1-날것과 익힌것>(한길사)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출판됐다. 책을 번역한 임봉길 강원대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각오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인내심이 있는 독자”라면 두 팔을 벌려 반길 소식이다. 다만 “그냥 한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생각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날것과 익힌것>은 모두 네 권으로 이뤄진 <신화학> 시리즈 가운데 첫번째 책이다. 출판사 쪽은 ‘꿀에서 재로’, ‘식사예절의 기원’, ‘벌거벗은 인간’ 등의 부제가 붙은 나머지 세 권을 앞으로 매년 한 권씩 차례로 번역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 소개된 레비-스트로스의 저술로는 <슬픈 열대>(한길사) <보다 듣다 읽다>(이매진)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강) 등이 있다. 인류학적 기행문(<슬픈 열대>)이거나 각 예술장르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거나(<보다 듣다 읽다>) 사상적 편력을 돌아보는(<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저술들이다. 그의 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 ‘정수’를 전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다. 반면 레비-스트로스의 본격 연구서인 <친족의 기본구조>를 비롯해 <오늘날의 토테미즘> 등은 아직 번역되지 못했고, <구조인류학>은 1950년대에 잠시 출판됐다가 절판된 상태다.

레비-스트로스, 그 ‘지성의 빙산’을 캐다
레비-스트로스, 그 ‘지성의 빙산’을 캐다
그러니까 90년대 이후 한국 지성계를 휩쓸고 있는 구조주의 이론가 가운데, 유독 레비-스트로스만은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미셀 푸코 등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던 셈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난해한 이론 전개와 다양한 문화권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이 번역을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영어판·프랑스어판만 존재했던 <신화학>이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명성은 있는데 그 실체는 분명치 않았던 레비-스트로스를 제대로 이해할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신화학> 시리즈는 레비-스트로스가 1950년부터 시작해 1970년에 집필을 마친, 말 그대로 기념비적 저작이다. 남·북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신화 800여개를 서로 교차시키며 신화에 대한 논리·수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개별 신화의 감춰진 의미와 전체로서의 신화의 실체를 드러냈다. ‘현상 뒤에 숨은 보다 근본적인 실체로서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그의 방법론은 방대한 이 저술의 전체를 관통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각 악장을 차용한 서술 방식은 ‘구조 속에서 비로소 분명해지는 개별의 실체’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혜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화학 1>은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학술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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