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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이스크림 녹는데, 기도는 계속되고

등록 2012-11-16 19:43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비룡소·8500원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비룡소·8500원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비룡소·8500원
한국어린이도서상, 국제아동도서협회 아너리스트 등을 수상한 동화작가 유은실이 새 단편집을 냈다. 진짜 아이가 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아이들의 언어와 감성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작가의 장점이 이 책에도 두드러진다.

책에 실린 4편의 작품 가운데 ‘백일떡’은 늦둥이 동생을 본 열 살 소녀의 이야기다. 10년 만에 얻게 된 아기를 너무나 예뻐하는 엄마 아빠가 지민이는 야속하기만 하다. 엄마에게 “나는 얼마 만에 생겼어?” 물으니 “너는 덜컥 생겼어” 돌아오는 대답의 ‘덜컥’ 두 글자가 마음에 박혔다. ‘나는 왜 덜컥 생겼을까. 속상하다. 그래서 엄마가 짜증을 내나 보다.’

백일잔치를 앞두고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가자 자신이 미워해서 병이 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한데, 엄마는 백일떡을 나눠 먹어야 아이가 건강해진다면서 숫기없는 지민이에게 떡을 돌리라는 ‘미션’을 준다. 떡을 누구에게 나눠줘야 하나, 말 걸어도 될까, 거절당하면 어쩌지 고민하는 지민이의 한나절 여정은 아이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짧은 성장의 기록이다.

‘기도하는 시간’은 선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온 교회 전도사가 기도하는 동안 그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애타는 아이의 심정이 절절하다. 기도는 끝없이 길어지고 아이스크림 덩어리는 점점 작아진다. 선미는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전도사님이 눈앞에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다간 다 녹아버린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가 끝나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쏟으면서 곤죽이 된 아이스크림을 들이마시는 선미가 귀여우면서도 그 서러운 마음이 전해져 코끝이 찡해진다.

표제작인 ‘내 머리에 햇살 냄새’에서는 볕 좋은 날 반지하에 사는 가족들이 하나씩 나와 해바라기를 하는 과정이 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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