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창간 동인 출신으로 현재 이 잡지의 발행인을 맡고 있는 홍정선씨는 “내년 초 출판사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정과리(연세대 교수)씨와 함께 ‘한국문학사’를 집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00호 발행 ‘문학과 사회’
계간 문예지로서 고유성 지켜와
새달 3일·4일, 100호 기념 낭독회
내년 초엔 운영진 세대교체 계획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가 19일 발행되는 겨울호로 통권 100호를 맞았다. 1980년 신군부가 폐간시킨 <문학과지성>의 맥을 이어 1988년 봄호로 창간된 지 25년 만이다. “문학은 사회 속에 존재하며 사회는 또한 문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와 구조를 발견해낸다. 문학은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사회를 비판하고, 이러한 반성과 비판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동시에 사회 변혁의 중요한 동인이 된다.” 창간사의 이런 대목은 문학을 포함한 사회 모든 부문에서 변혁을 화두로 삼던 8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창비에 비해 뚜렷하게 문학주의적 태도를 견지해 온 문지(문학과지성사)의 잡지 이름에 ‘사회’라는 말이 들어가게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문지 1세대(김병익·김주연·김치수·김현)가 문학과 인문적 지성의 결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문학과사회> 창간 동인인 저희 세대는 사회과학 세례를 많이 받았고 문학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변혁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열망이 컸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학이 곧 정치라거나 정치에 문학이 복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런 태도는 지금까지도 문지와 <문학과사회> 멤버들 사이에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문학과사회> 창간 동인이자 지금 출판사 문지 대표 겸 <문학과사회> 발행·편집인을 맡고 있는 문학평론가 홍정선(인하대 교수)씨는 “문지와 <문학과사회>의 정치적 태도는 ‘문학은 반체제가 아니라 영원한 비체제’라는 작고한 김현 선생의 명제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계간 문예지만도 열 종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문학과사회>의 고유성과 독자성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상대로 한 싸움을 통해 드러났다. 상업주의 및 문학 대중화가 하나의 적이라면, 문학의 사회·정치적 쓰임을 강조하는 쪽이 또다른 싸움 상대였다. <문학과사회> 전·현직 편집위원들이 참여한 이 잡지 겨울호의 100호 기념 좌담은 그 싸움의 경과를 돌아보고 전망을 모색하는 데에 할애되었다. 이 좌담에서 평론가 우찬제는 ‘소수문학’이라는 표현을 <문학과사회>의 지향으로 내세웠다. 그는 “속류 문화 영웅들을 양산하려고 하는 주류 문학시장의 균열을 내는” 것이 소수문학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문학의 자폐적인 ‘주변화’가 아니라 소수적인 문학의 활성화”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홍정선 대표는 “애초에 문지 고유의 태도였던 ‘문학주의’가 지금은 거의 모든 잡지들 사이에 공유되는 듯한 분위기에서 문지와 <문학과사회>가 어떤 독자적 성격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반드시 100호에 맞춘 것은 아니지만, 내년 초를 기해 나를 포함한 <문학과사회> 초대 동인들은 문지의 대표이사 및 운영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고 우리 다음 세대가 문지의 실질적 중심 구실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2월 이사회와 3월의 주주총회를 통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주일우 문지 주간이 대표이사직을 맡는다”는 것. “문지와 <문학과사회>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문학 이념을 공유하는 이들의 공동 자산인 만큼 앞선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의 권한 이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문학과사회> 100호에는 평론가 황현산·정홍수·소영현이 이 잡지 창간 이후 한국문학의 전개 과정을 장르별로 나누어 돌이켜 보는 특집 글과 오랜 침묵을 깬 이인성의 단편을 비롯해 최윤·임철우·최수철·배수아·박성원의 소설, 그리고 정현종·마종기·최승자·심보선·김경주 등의 시가 실린다. 다음달 3일과 4일엔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문학과사회> 100호 기념 낭독회도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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