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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루소의 모순과 역설, 그대로 따라가다

등록 2012-11-20 20:01

장자크 루소(1712~1778)
장자크 루소(1712~1778)
‘장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첫 번역
일관성 없는 복잡다단한 사상
‘내재적 접근’으로 분석해 서술
루소 연구 권위자 스타로뱅스키
“그의 테마는 자기내면의 본성과
이를 가리는 인간 문명간의 대립”

올해는 18세기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장자크 루소(1712~1778)가 태어난 지 300년을 맞는 해다. 유네스코는 루소와 함께 탄생 250년을 맞은 다산 정약용과 탄생 150년을 맞은 음악가 클로드 드뷔시, 타계 50년을 맞은 헤르만 헤세를 ‘2012년 기념해야 할 인물’로 꼽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기념해 새롭게 단장한 루소의 저작물이 풍성하게 출간됐다. ‘장자크 루소 전집’(책세상)으로 <루소, 장자크를 심판하다-대화> <신엘로이즈>가 나왔으며, <고백록>(나남)도 새롭게 출간됐다.

이들 가운데 루소 연구의 필독서로 꼽히는 <장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아카넷)은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 저작이다. 루소와 같은 스위스 제네바 출신으로 루소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비평가 장 스타로뱅스키(92)가 쓴 이 책은 역설과 모순으로 가득 찬 루소를 있는 그대로 풀이해 문학 연구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한 저술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 역시 자신의 주저 <그라마톨로지>에서 루소를 비판하며 상당 부분 이 책을 인용하기도 했다.

루소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인물로 꼽힌다. 프랑스 혁명의 밑돌이 된 공화주의 사상에 영향을 끼쳤는가 하면, 기존 정부와 정치체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주창한 ‘일반의지’는 민주주의자뿐 아니라 전체주의자도 끌어다 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원시 자연주의자 같은 이미지를 드러낸다. 이처럼 사유에서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 그의 한평생은 ‘정신질환’의 혐의를 받기도 한다.

스타로뱅스키는 책에서 루소가 보여준 이 모든 모순과 역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의 사상에 접근한다. 어떤 입장이나 체계에 따라서 루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루소가 자기를 내세우는 모습 그대로를 제시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은이는 루소의 모든 저작을 대상으로 삼아, 텍스트 일부분을 섣불리 재단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모든 텍스트들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루소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예컨대 <사회계약론>과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엮어서 읽느냐 따로 떼어내어 읽느냐에 따라 루소에 대한 판단이 갈릴 수 있다.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이 원시적인 ‘자연 상태’로부터 타락해 본원적인 순수성을 잃고 ‘인위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사회계약론>에서는 현재나 미래의 역사적 정황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연 상태가 끝난 시점에서 인간들이 사회계약을 맺는 시초적인 상황을 불쑥 제시한다. 이행 과정에 대한 실천적 문제는 쏙 빼놓은 것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 두 저작을 연결해 ‘혁명’의 중요성을 추출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을 선보였다. 칸트와 카시러는 두 저작 사이에 <에밀>과 루소의 교육이론을 끼워넣어 ‘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이상주의적’ 입장을 내보였다. 루소가 ‘밑그림’만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호한 지점에서 스타로뱅스키는 루소의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본다. “루소에게 제기된 문제는 자신의 삶과 자신이 내세운 신조 사이에서 영구히 반복되어 나타나는 간극을 제거하는 데 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지은이가 주목하는 루소의 테마는 자연의 본원적인 모습, 자기 내면의 불변하는 본성과 같은 ‘투명성’과, 이를 베일로써 가리려 드는 인간 문명과 사회제도 같은 ‘장애물’의 대립이다. 모든 베일을 벗겨내는 데 집착했던 루소는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추방시키고 자기를 덮은 베일을 벗겨서 자신을 투명하게 내보이는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투명성과 장애물>은 그동안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제네바 학파’와 그들의 문학 비평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옮긴이인 이충훈 한양대 조교수는 “스타로뱅스키 등 제네바 학파로 분류되는 비평가들은 원천, 초고, 선구자들을 찾아내는 논리-실증주의적 전통을 극복하고 정신의 창조적 움직임을 연구하는 비평을 추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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