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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월 5일 잠깐독서

등록 2013-01-04 20:02

로마의 보통사람들 삶과 사랑·죽음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로마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
로버트 냅 지음, 김민수 옮김
이론과실천·2만9000원

고대 로마 제국의 ‘법’은 로마가 인류 역사에 남긴 가장 대표적인 유산이다. 그러나 당시 로마의 대다수 평민들은 적극적으로 법을 이용하지 않았고, 비웃거나 피하려 했다. 소설 <황금당나귀>를 쓴 루키우스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모든 판사가 돈을 받고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로마 지배계층은 원로원·기사·십인대 등에 속한 사람들로, 모두 합쳐봐야 10만~20만명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제국 전체 인구는 5000만~6000만을 헤아렸다. ‘보통 사람들’이 99%였던 셈이다. 고대사학자 로버트 냅이 쓴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로마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지배계층이 쓴 자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묘지 비문, 파피루스 문서, 편지와 낙서 등 보통 사람들의 흔적을 전해주는 사료들을 최대한 찾아내 그들의 삶을 왜곡되지 않게 촘촘하게 드러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당시 그들이 처한 물질적 환경과 그로부터 형성된 관습과 가치관, 구체적인 삶의 전략 등을 알 수 있다. 지배계층 여성들과 달리 평민 여성들은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했다거나, 자유인이 된 해방노예가 신분 상승을 자랑스럽게 밝혔다는 것 등 새로 알게 되는 사실들도 흥미롭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표현 서툰 아빠들 위한 실천매뉴얼

아빠 대화법
전도근 지음/지식채널·1만4500원

많은 아빠들이 아이와의 대화를 중시하지만, 막상 대화는 훈계조로 흐르거나 엇나가기 일쑤다. ‘긁어 부스럼’ 대화는 반발심만 부른다. <아빠 대화법>은 표현에 서툰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상황별 좋은 화법 등 예시가 가득해 ‘실천 매뉴얼’로 손색없다.

아이가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교육 특강을 해온 지은이는 둘 다 기분 좋게 이겼다는 ‘무승부 대화법’을 조언한다. 사줄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 뒤 구입 시기를 미루든가 요구보다 싼 것으로 합의하라. 대화에서 이기려 들면 아이는 입을 닫게 되고, 아이에게 져 버릇하면 아빠의 존재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말해봐도 통하지 않을 땐, ‘나 전달법’을 권한다. 가령 아이가 집 안에서 막 뛰어놀다가 아빠 옆구리를 찔렀다면, “넌 왜 이리 조심성 없니?” 대신 “아야, 아빠 옆구리가 아프잖아”라고 말한다. ‘나를 도와줘’라는 메시지가 오히려 문제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칭찬에는 ‘타이밍’을 강조한다. 자그마한 것을 잘해내거나 나쁜 버릇을 고쳤을 때 ‘즉각’ 칭찬해주고, 스스로 한 일, 약속을 지켰을 때도 ‘칭찬 타이밍’이다. 꾸중도 잘해야 한다. “넌 시간 개념이 없어”라고 말하면 감정이 상할 테지만 “성공한 사람은 시간약속을 잘 지킨단다”라고 하면, ‘객관적 정보’로 받아들이게 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리스·로마 신화 800여명 인물여행

후(WHO)-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
게르하르트 핑크 지음
이수영 옮김/예경·2만5000원

숲과 샘의 요정 에코를 바람둥이 제우스신은 내버려두지 않았다. 제우스가 여성들을 집적거릴 동안 아내 헤라가 정신을 딴 데 팔도록 계속 수다를 떨라는 명을 내렸다. 에코는 헤라의 괘씸죄에 걸려, 스스로 아무 말 못하면서 남의 말만 반복하는 저주를 받았다. 미소년 나르키소스를 사랑했던 에코는 말 한마디 못해보고 구애를 거절당하자 슬픔 속에 야위어 뼈와 목소리만 남았다. 그의 절규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19세기 신고전주의 화폭에 담겨 있다.

정의로운 복수의 신 네메시스는 에코의 사랑을 저버린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내린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된 그는 죽어 수선화로 변했다. 연못에 비친 자기 자태에 넋 잃은 모습은 푸생 등 대가들 그림에 반복됐고, 프로이트는 자기 몸에 대한 성적 집착을 나타내는 ‘나르시시즘’을 지어냈다. 우리는 에코의 가여운 외침에서 메아리를, 네메시스를 보며 정의와 복수는 동전의 양면임을 떠올린다.

<후>는 이처럼 회화·문학 등 서양 일상 세계에 깊숙한 영향을 끼친 그리스·로마 신화 등장 인물 800여명의 내력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비롯된 것처럼, 신화 속 주인공들은 일상 속에 지금도 숨쉬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아비 없이 자란 세대의 상처 극복기

체인지킹의 후예
이영훈 지음
문학동네·1만3000원

“우리는 그저 남들이 그러는 것처럼 살고 있어. 영화와 만화와 드라마를 흉내내면서. 아버지도 없고, 중심이 되는 이야기도 없고, 믿고 따를 진실도 없어. 신도, 철학도 아무것도 없어.”

이영훈(35)의 소설 <체인지킹의 후예>에서 어린이용 특수촬영물(특촬물)에 빠진 히키코모리 민이 주인공 영호에게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은 서른두 살 동갑내기. 민이 방 안에 틀어박혀 특촬물이라는 가공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데 반해, 영호에게는 절박한 과제가 있다. 의붓아들인 중학생 샘과 말문을 트는 것. 보험사 직원 영호는 고객으로 만난 여덟 살 연상녀 채연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거니와, 채연은 자궁암에 걸린데다 전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도 둔 처지. 한사코 곁을 주지 않는 의붓아들에게 다가갈 방도를 찾던 영호는 샘이 몰입해서 보는 특촬물 ‘변신왕 체인지킹’을 매개로 삼고자 수소문 끝에 민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에겐 아버지가 없어. 믿고 따를 커다란 이야기가 없어”라며 좌절하는 민에게 맞서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될 거다”라고 다짐하는 영호의 외침이 인상적이다. ‘아비 없이 자란 세대의 아비 되기’라는 소설의 주제를 목 놓아 부르짖는 형국이다. 그런데 그 다짐은 결실을 거둘까? 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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