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남주·백원담·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동아시아 질서 재편’ 토론회
아·태 4개국 동시 정권교체 맞아
김동춘 “아시아식 근대 성찰해야”
아·태 4개국 동시 정권교체 맞아
김동춘 “아시아식 근대 성찰해야”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 국가에서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 모두 정권 재편이 이루어졌다. 유례가 거의 없는 4개국의 동시 권력 재편을 맞아 동아시아 중심 국제질서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민주주의연구소가 30일 ‘아·태 4개국 권력교체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이란 제목으로 마련한 토론회는 이런 시점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지는 국가 간 갈등과 경쟁의 본질적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김동춘·권혁태·백원담·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등 국제정치학·사회학·지역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서재정 교수는 “중층적·다층적인 세력전이와 복합적인 상호의존성”이라는 열쇳말을 제시했다. 중층적·다층적 세력전이란 미국·일본에서 중국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세력균형이 여러 차원에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전이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초국적인 생산·교역·금융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어느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누르기 어려울 정도로 국가 간의 복합적인 상호의존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서 교수는 이 틈바구니 속에서 노동자 저임금과 비정규직화, 환경파괴 등이 고착화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이런 현상이 결국 아시아란 무엇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새 담론의 필요성을 부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진단은 아시아의 부상은 ‘개발국가’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가 낳은 결과이자 그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동춘 교수는 한·중·일 정권의 권력 세습 현상을 “국가주의 강화를 통해, 내부 위기를 권위적으로 돌파하려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전통적 관료주의와 서구 자본주의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아시아의 근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권혁태 교수는 아시아가 떠오르는 현실과 달리 최근 10~20년 동안 ‘동아시아론’은 오히려 퇴조해온 현상을 짚어냈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아세안+3’이든 노무현 정부의 ‘균형자론’이든 진보적 지식인들의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이든 아시아 및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지적 설계가 활발했는데, 상호의존성이 더욱 증대된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구축된다면, 어떤 형태의 동아시아론이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에서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지적 설계가 자리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서재정 교수는 미국의 ‘허브 앤 스포크’ 전략(다자간 협력을 배제하고 미국이 개별 국가와 협력 체제를 맺는 전략)에 따라 고착된 냉전체제를, 이남주 교수는 중국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경계심을, 권혁태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백원담 교수는 일상적이고 식민적인 경험이 되어버린 냉전의 문화화를 요인으로 들었다.
참석자들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근대 국민국가의 틀을 흔드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성찰적 근대화’에 대한 지식인들의 담론 조직, 개별 국가 내부로부터 영토 문제를 지렛대 삼아 근대국가의 범위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주의의 문턱을 낮출 현실적인 국제기구의 구성 같은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에 올랐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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